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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관광업계, 50일 전쟁 후유증에 시름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관광업계, 50일 전쟁 후유증에 시름

    • 2014-09-29 11:14

    '사상 최고의 해' 기대 물거품…전쟁후 외국관광객 31%↓

     

    올해 이스라엘 관광업계는 사상 최고의 해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50일 동안 전쟁을 벌이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외국인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호텔 객실은 텅텅 비었고 유명 관광지들은 썰렁해졌다.

    호황을 누리던 이스라엘 관광업계는 여름철 성수기에 터진 전쟁으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양측의 휴전으로 충격은 일단 가라앉았지만, 그 여진은 상당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입국자여행알선협회의 오데드 그로프만은 "더 많은 취소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라면서 "전쟁이 그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관광객들에게는 이스라엘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7월과 8월, 그리고 유대교 축일 기간으로 이어지는 성수기의 초입에 벌어졌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로켓포를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무장공격에 사용되는 터널 다수를 파괴할 목적으로 7월8일 전쟁을 개시했고 50일동안 팔레스타인 측에서 2천100여명, 이스라엘 측에서 72명이 각각 숨졌다.

    이스라엘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최고 관광지인 예루살렘은 물론 텔아비브도 로켓포 공격을 받았으나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망 덕분에 별다른 인명피해가 없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8월 26일 휴전 협정에 서명했지만 국외에서 떠도는 불안한 이미지가 이 나라를 찾으려던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스라엘 국제공항 인근에 로켓포탄 한발이 떨어지자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이 48시간 동안 운항을 중단한 것도 이스라엘 관광산업에는 찬물을 끼얹었다.

    전쟁이 터지기 이전에 이스라엘은 올해 외국인 방문객이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이후 이스라엘은 약 10년동안 관광산업의 호황을 만끽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360만명이었다. 관광은 5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며 11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줄었다. 8월 한 달은 무려 36%가 감소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과격세력의 무력 충돌이 벌어진 직후인 2009년 2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관광부는 전쟁에 따른 피해를 5억4천400만 달러(5천7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유대교 축일 기간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되돌린다면 업계에 다소간 안도감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수기의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상인들은 여전히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자갈 포장도로는 여느 때면 싸구려 옷가지와 티셔츠를 구입하고 기독교 성지를 둘러보는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는 쓸쓸하다고 할 만큼 한산했다.

    1949년부터 구시가지에서 가족과 함께 옛날 사진을 파는 상인 케보크 카베지안은 "사람이 전혀 없다. 통금 조치가 내려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점 매출이 최고 90%나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여름 공연을 계획했던 닐 영과 백스트리트 보이스 등 유명 외국인 아티스트들이 이를 취소했다. 레이디 가가만이 텔아비브에서 2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끝냈을 뿐이다.

    관광업계의 부진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도 끄떡없었던 이스라엘 경제가 최근 둔화하고 있는 상황과 겹쳐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경기 자극을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25%로 끌어내렸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전쟁과 그 후유증은 가뜩이나 부진한 이스라엘 경제의 성장률을 저해할지 모른다.

    미리트 크레이븐 슈나이더는 전쟁 탓에 여행을 취소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 사람이다. 그는 남편, 세 자녀와 함께 이스라엘에서 2주일을 보낼 작정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초등학교 선생인 그녀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애들이 방공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광산업은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관광부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에서 유대인과 기독교 신자들을 파고드는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관광객 수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지 란다우 이스라엘 관광장관은 "외부에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 나라는 아주, 아주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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