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 선수의 장기인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승리하는 경기를 펼치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데뷔전부터 지켰다. 박종민기자
비록 한 경기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팬과의 약속을 충분히 지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김민우(사간 도스), 남태희(레퀴야)의 연속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브라질월드컵의 부진 이후 새롭게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한국 축구는 그간의 부진을 털고 새로운 가능성을 분명히 선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기에 앞서 단순히 보고 잊는 경기가 아니라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성실히 훈련하고 매 경기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연한 전술로 상대를 괴롭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선수의 장점인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감독으로 처음 치른 경기에서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분명한 인상을 심었다. 비록 파라과이가 기대했던 수준의 축구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기분 좋은 승리로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 부진의 기운에서 벗어날 기회를 마련했다.
유연한 전술로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계획도 파라과이전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최전방에 조영철을 배치한 슈틸리케 감독은 2선에 김민우와 남태희, 이청용(볼턴)을 세웠다. 이 4명 중 182cm의 조영철과 180cm의 이청용이 큰 편에 속했고, 남태희(175cm)와 김민우(172cm)는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 단신에 속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빠른 발이 장기인 선수들로 전반 내내 쉬지 않는 위치 이동으로 상대를 무섭게 괴롭혔다.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김민우는 "경기 전 감독님이 한 자리에 있지 말고 4명이 자유롭게 움직이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할 때는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훈련했지만 공격에서는 창의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던 기성용(스완지시티)도 "앞에 있는 태희나 청용이, 민우가 키는 크지 않아도 빠르고 상대 사이사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했다. 그러면서 생긴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한 것이 좋았다"고 승리 비결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