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원주 동부의 2014-2015시즌 프로농구 개막전. 3쿼터까지 22점 차로 뒤졌던 KCC가 매서운 반격을 펼친 4쿼터 중반 코트를 들었다 놓은 장면들이 속출했다.
동부가 56-42로 앞선 4쿼터 종료 6분24초 전, 하승진이 외곽으로 나와 흘러나가는 공을 잡은 순간 샷 클락은 0을 향해가고 있었다. 하승진은 어쩔 수 없이 3점슛을 던졌다.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아마도 이날 경기를 통틀어 전주 팬들의 함성 소리가 가장 컸던 순간이 이 때였을 것이다. 하승진은 관중석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동부는 곧바로 3점슛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3점슛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두경민도, 앤서니 리차드슨도 아니었다. 동부의 간판 빅맨 김주성이 3점슛을 넣었다.
하승진은 3점슛 성공이 인상적이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통산 성공률 75%입니다"라며 웃었다.
그런데 기록을 확인한 결과 75%까지는 아니다. 하승진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50%를 기록하고 있다. 6개를 던져 3개를 넣었다. 어쨌든 나쁘지 않다.
하승진에게 의외의 일격을 맞은 동부. 김주성은 왜 3점슛으로 응수했을까.
김주성은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오늘 슛 거리가 긴 것 같다는 감이 있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 몇번 찬스가 있었는데 그 전까지는 던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성은 가끔씩 3점슛을 던진다. 정규리그 통산 99개를 시도해 22개를 성공시켰다.
한국 남자농구를 대표하는 두 장신선수의 뜬금없는 '3점슛 대결'에 경기를 보는 팬들의 즐거움은 더욱 커졌다.
한편, 김주성은 국가대표팀 차출에 따른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분 가까이 출전해 11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올리는 발군의 활약으로 동부의 65-59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은 "많이 힘들다. 그래도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다. 다행히 내일 홈 개막전이 지나면 3일 정도 쉰다"며 팀의 간판스타다운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