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 제공=KBL)
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농구 대표팀.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은 감격과 환희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 3일 아시아 최강 이란을 꺾고 아시아 정상을 탈환한 대표팀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유재학 "양동근과 양희종이 결승전 최고 수훈"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을까. 모두 잘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 중에서도 결승전에서 유독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유재학 감독이 꼽은 최고 수훈 선수는 양희종(안양 KGC인삼공사)과 양동근(울산 모비스)이었다.
"희종이가 정말 수비를 잘해줬고 양동근은 마지막에 가서 역시 양동근이었다"며 둘을 칭찬했다.
양희종은 경기 내내 이란의 해결사 니카 바라미를 괴롭혔고 양동근은 5점차로 뒤진 경기 막판 상대 속공을 막는 결정적인 수비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3점슛으로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마지막 4분, 왜 스몰라인업을 가동했을까68-72로 뒤진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대표팀의 마지막 선수 교체가 있었다. 센터 이종현(고려대)이 나오고 조성민(부산 KT)이 투입됐다. 코트에는 양동근과 조성민, 문태종(창원 LG), 양희종 그리고 김종규(창원 LG)가 서있었다. 스몰라인업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기회는 계속 오는데 슛을 던질 선수가 더 필요했다. 성민이를 넣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태종이와 희종이를 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멤버를 그렇게 짰다"고 말했다.
★김종규 "하다디 대신 바라미가 계속 포스트업을…"누구보다 김종규의 어깨가 무거웠다. 마지막 4분 동안 이란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자신이 직접 막아야 했다. 하지만 김종규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나중에 절대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이란이 김종규를 도왔다. 이란은 하다디가 아닌 바라미를 중심으로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김종규는 "하다디가 제 쪽으로 공격을 하지 않고 바라미가 계속 희종이 형을 데리고 포스트업을 했다. 나한테는 그게 도움이 됐다. 하다디의 슛 거리가 길지 않아 마음껏 도움 수비를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바라미의 막판 포스트업 공세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점수차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유재학 "주성아, 그만 웃어"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라커룸에서는 당연히 웃음꽃이 피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선수가 있다. 12년 전 아시아 정상에 섰고 영욕의 세월을 지나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주성(원주 동부)이다.
대표팀 맏형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자 보고있던 코칭스태프도 흐뭇했던 모양이다. 유재학 감독은 웃으며 김주성에게 "주성아, 그만 웃어"라고 농담을 건넸다. 김주성의 대답이 걸작이다.
"감독님,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요"
김주성의 하루는 미소와 행복 만이 가득한 채 마무리됐다.
★김태술-양희종 "마지막일 수도 있어. 함께 하자"지난 7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은 대표팀이 각성한 첫 번째 계기였다. 특히 포워드진의 부진이 컸다. 양희종도 그 중 한 명이다. 양희종은 너무 못해서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때 양희종의 마음을 잡아준 선수는 대학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김태술(전주 KCC)이었다. 김태술은 "우리 첫 아시안게임을 함께 했고 우리도 이제 31살이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아시안게임도 함께 하자. 다시 같은 팀원으로 한번 해보자"는 말로 양희종을 격려했다.
둘은 연세대 시절이었던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나란히 선발됐다. 프로에서도 만나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다. 김태술이 KCC로 이적해 각자의 길을 걷게 됐기에 함께 뛸 수 있는 대표팀에서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이훈재 코치 "그 문제는 내일 생각해야죠"아시안게임 우승으로 4명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일병 복무 중인 오세근은 곧 전역하게 되고 김선형(서울 SK), 김종규, 이종현도 혜택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이상범 코치와 함께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한 자리를 든든하게 지켰던 이훈재 코치에게 쏠렸다. 이훈재 코치는 현재 상무의 남자농구 감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