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3일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 및 핵심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현지 언론은 자동차 가격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고,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로 반응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폭스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도 관세 면제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최대 6천 달러(약 88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산 차량은 평균 3천 달러, 캐나다·멕시코산 차량은 평균 6천 달러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4월 중순까지 북미 지역 전반의 차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하루 약 2만 대의 생산 감소가 이어지고, 전체 생산량의 약 30%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입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구축된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동차 부품은 북미 전역을 수차례 오가며 조립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유지마다 반복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면 비용 증가와 물류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금속 원자재부터 엔진에 이르기까지 관련 부품은 자동차에 장착되기 전에 북미 전역을 여러 차례 이동한다"며 "경유지마다 세금이 부과될 경우, 여파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1년처럼 공급망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나단 스모크 콕스 오토모티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모두 오르고, 일부 차종은 단종될 수 있다"며 "생산 감소, 공급 부족, 이익률 하락 등 복합적인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입 규모는 약 4740억 달러(약 695조 원)에 달하며, 주요 수입국으로는 멕시코, 일본, 한국, 캐나다, 독일 등 주요 동맹국들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격적으로 발표된 만큼,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 전략 전문가인 수잔 헬퍼 전 백악관 산업 전략 수석 고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공급망이 완벽하진 않지만, 이번 관세 발표는 사실상 예고 없이 이뤄져 산업계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실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한국시간 27일 오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2.70%, 1.97% 하락했다. 장 초반 한때 현대차는 4.05%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일본의 도요타(-2.44%), 혼다(-1.86%), 닛산(-2.54%)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정규장에서 3.12% 하락한 데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6.18% 추가 하락했고, 스텔란티스는 정규장에서 3.55%, 시간 외 거래에서 4.33% 떨어졌다. 전기차 대표주자인 테슬라도 5.58% 하락한 데 이어 시간 외에서 1.31% 더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4% 떨어졌고,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12% 하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도 0.31% 하락 마감했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트럼프발 관세 공포가 뉴욕증시를 짓눌렀다"며 "테슬라, GM 등 자동차주의 급락 여파가 아시아 증시에도 이어져,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주들도 장 초반부터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