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의에 北 응할까…세 가지 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직후 김 위원장을 향해 "그는 이제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며 러브콜을 보내더니 2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즉답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김정은은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의 대화제의에 응할까? 한반도평화포럼이 지난 22일 주최한 토론회 '2025 한반도, 봄은 오는가'에서는 외교안보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 방향, 즉 '미국의 대화제의에 응할 것이다', '호락호락 응하지 않을 것이다', '제한적으로 응할 것이다'에 초점을 뒀다.
응할 것, 응하지 않을 것, 제한적으로 응할 것
먼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비핵화 얘기를 꺼내면 북한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제한적으로 핵동결이나 핵군축 정도에 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로 북한의 생존전략이 미국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의 생존전략이 바뀌었다" "북한은 과거 냉전이 해체되는 시점에서는 미국의 승인, 즉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세계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미국으로부터 생존의 담보를 받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존 전략이 지난 2022년에 끝이 났습니다. 어떻게 끝났냐 하면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바이든 정부를 1년 동안 지켜본 뒤에 (핵교리를 법제화한)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졌는데, 정말 우발적이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북방을 통해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 겁니다.
지금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얘기하면 김정은은 코웃음을 칠겁니다. 북한이 보기에 미국의 공격을 이제 거부할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면 그 때는 핵동결을 하고 핵 군축을 할 겁니다.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이런 정도에서 뭘 할 수 있다는 뜻이죠. 지금 우리는 북한 문제라는 표현을 쓰는데 북한 문제는 이제 없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의존해서 남한에 의존해서 뭔가 생존을 도모하는 길을 열겠다고 했을 때 북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지금 북한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해하면 안 된다 이거죠. 제가 북한 지도자에 빙의해 본다면 핵무기 얘기만 안 한다면 어느 나라든 '웰컴'입니다. 핵 포기를 위한 협상을 한다고 하면 일체 안 될 겁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당근을 들고 나오는 초강대국 미국의 제의를 북한이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전 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담은 사진 한 장의 파괴력에 주목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미국의 제의, 북한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접촉은 금방 시작될 거 같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는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예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트럼프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한 발언을 보면 묘한 친근감이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 표현을 쓴 것을 보면 트럼프 주변에는 대북관계에 대해 뭔가 내부적인 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꽤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미국이 뭔가 당근을 들고 나올 때,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당근을) 들고 나올 때 그걸 거절할 수 있는 북한의 지도자가 그렇게 많을까, 거기다가 북미대화가 열리면 이 장면을 담은 사진 하나만을 가지고도 한반도에서 남과 북 사이에 누가 우위에 있는가를 그냥 금방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쪽에서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트럼프가 중간선거 이전에 뭔가 성과를 내야 할 정치적인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려고 할 가능성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북한으로서는 실익이 없기 때문에 대화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특히 하노이 때와는 반대로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요구할 것이고, 이런 합의에 대한 미국 의회의 동의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 "별로 실익이 없다…굉장히 회의적일 것" "북한으로서 별로 실익이 없습니다. 트럼프 시대는 4년으로 끝납니다. 더 갈 수가 없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북한 문제가 트럼프 임기 4년 내에 북한이 원하는 수준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회의적일 거예요. 과거에 북미 간에 여러 차례 합의사항이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백지화됐습니다.
북한은 아마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할 것 같습니다. 첫째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할 겁니다. 이를 토대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에 대해선 응할 생각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하노이 때는 북한이 '소몰딜'을 선호했다면 이번에는 도리어 '빅딜'이 아니면 응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정부의 임기가 짧기 때문에 스몰딜로는 갈 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거 같습니다. 세 번째는 북미합의가 지속 가능하도록 합의안에 대한 미국 의회의 동의와 같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화가 이뤄져도 의미 있는 합의나 북미 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南 겨냥 전술핵과 국민 불안에 이제 '진보'가 답 내야북미대화가 비핵화가 아니라 핵동결이나 핵군축의 방향으로 진행되면 국내에서는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대한 안보적 대응이 요구될 것으로 봤다. 특히 '통미봉남'이나 '패싱' 논란이 거세게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에 대한 인식과 처방에서 전문가들은 차이를 보였다.
조병제 전 원장은 미국이 아닌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 '통미봉남'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에 대해 '이제 진보가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북한 단거리 핵·미사일 위협…이제 진보가 답을 해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에서도 ICBM 등 장거리 능력의 해체에 비중을 둘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단거리 핵·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가 우리에게 딱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는 대화 일변도로 나가서는 안 되고 대화와 억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고민해야할 부분입니다. 이것을 만약에 계속 재래무기를 가지고 대응하려고 한다면 안보 딜레마가 생겨서 남북관계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대응책에 대해 이제 진보 쪽에서 뭔가 답이 나오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정리하고 나면 북미대화가 관계개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할 때 '통미봉남'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까 초조감이라고 할까 국민들의 심리를 안정시킬 방법이 필요 합니다"
홍익표 전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가 '패싱'을 당한다고 해도 북미관계 개선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며,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감수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한국 '패싱' 당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익 따져야" "한국은 이제 '통미봉남'을 걱정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통미봉남'은 그나마 한국이 뭔가 관여할 수 있을 당시의 얘기예요. 지금 북한은 한국을 2개의 국가로 생각합니다. 북미관계에서 한국은 어쨌거나 그냥 별개의 국가입니다.
북미관계를 논의하는데 한국이 왜 끼어드느냐가 지금 김정은의 입장인 거죠.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을 해봤더니 도움이 되지 않고 두 개의 전선이 도리어 혼선을 일으키고 지체현상을 가져왔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별도의 분리, 예를 들면 북미관계는 북미관계대로, 그리고 어느 정도 시점이 돼서 상황이 익으면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통미봉남이다, 한국을 패싱했다' 이런 얘기는 이미 조건과 환경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설사 한국이 '패싱'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의 진전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판단해야 되는 겁니다. 우리가 '패싱'을 당한 상태에서 북미관계 개선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미국에게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죠. 그러나 설사 우리가 빠진다고 해도 북미관계 개선이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안정,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인내하고 참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 하지 않는 현실, 그래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한다는 국민정서, 그러나 경제문제로 우리가 핵을 갖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핵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이제는 국민들에 얘기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북한 절대 핵 포기하지 않아…현실 고민해야"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다들 아시잖아요. 거기에 전제해서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공포심, 그래서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보편적이고 일반적 정서, 물론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핵을 가지면 좋지만 NPT(핵확산금지조약)상 핵을 갖게 되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를 이제는 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 도덕적 차원에서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면 그것은 아마 선도 못 지킬 겁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략도 안 될 겁니다. 북한 핵에 대한 이 현실을 인정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고민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北 개발은 남북미일이 함께 할 때 의미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북한 관광지의 콘도역량을 꺼낸 것에 대해 이종석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마지막 날 딸 '주애'와 함께 원산갈마관광지구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이뤄질 수 있는 얘기들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얘기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북한 개발이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등 우리의 경험을 적극 강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 "남북경협 경험, 우리가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 "미국이 북한 개발에 나선다고 할 때 우리의 스탠스라고 할까, 미국만이 아니라 북일 수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여기에 관여하지 않고 '하십시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은 남북경협을 해봤다는 것, 금강산 개발 그 다음에 특히 개성공단은 오랜 기간 그들과 부대끼면서 그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남한 인력이) 말을 잘못해서 잡혀가기도 하고, 초코파이에 그들이 좋아하고, 그 사람들이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면서 함께 할 일을 하며 '우리의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부분을 저는 중요하게 강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이 (미국과 일본이 북한주민들을) 컨트롤 하겠다고 했을 때 '너네는 말도 안 통하잖아. 어떻게 하면 저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저들이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겪어봤어'라는 부분은 엄청난 자산입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가 미국이든 일본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충분히 어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한미일 내지는 한일, 남북일, 남북미가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으면 우리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5.01.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