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선발한 23명의 대표 선수를 모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박종민기자
"선발된 23명을 고루 뛰도록 하겠다"
파라과이, 베네수엘라와 경기를 앞두고 지난 7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로 23명의 축구대표팀을 소집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팬과 분명한 약속을 했다.
대표팀을 0부터 다시 시작해 강한 팀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그의 원대한 포부. 그 시발점은 한국 축구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는 것부터였다. 부임 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구자철(마인츠)을 찾아가 직접 만난 것은 물론, 스페인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아시안게임과 K리그 경기를 꾸준히 지켜본 것 역시 축구팬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부지런한 일과였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선발한 10월 A매치 대표팀 명단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선발의 주축으로 삼은 9월 A매치 출전 명단 외에 아시안게임과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자신이 간접적으로 살필 수밖에 없던 선수들과 직접 훈련하며 평가를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와 경기에 그동안 축구대표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중용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남태희(레퀴야)와 김민우(사간 도스), 김기희(전북 현대), 조영철(카타르SC),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선발 출전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2-0 승리를 이끌었고, 대표팀 내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4일 뒤 열린 코스타리카전서는 파라과이와 경기에 결장했거나 교체 출전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박주호(마인츠), 차두리(서울), 김승규(울산)이 선발로 나섰다. 이때까지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김승대(포항)가 유일했다.
하지만 끝내 김승대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코스타리카전의 1-3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그렇다면 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약속과 달리 김승대의 교체 투입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특별히 김승대를 제외한 이유는 없다. 경기 상황상 김승대를 투입할 여건이 안 됐을 뿐"이라며 "김승대를 투입하는 것 보다 이동국의 헤딩 경합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