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앨범을 발표한 다이나믹듀오 개코(사진=아메바컬쳐 제공)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데뷔 15년 만에 발표한 첫 솔로앨범을 통해 국내 '톱 클래스' 래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16일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개코의 새 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가 공개됐다. 이번 앨범은 '회색 도시 속의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주제로 한 17개의 트랙이 각각 레드와 그레이 콘셉트에 담겨 2CD로 구성됐다.
타이틀곡은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점차 자신의 색을 잃어가는 여자들을 주제로 한 '장미꽃'과 '썸'을 타는 남녀의 상황을 위트 있게 표현한 '화장 지웠어' 두 곡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팬들을 공략할 전망이다.
사실 타이틀곡만 보자면 최근 대다수의 래퍼들이 내놓는 '흔한 사랑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국내 '톱 클래스' 래퍼라는 평을 듣고 있는 개코의 이번 솔로 앨범은 17개의 꽉 찬 수록곡들을 모두 확인해야 느낄 수 있다.
개코는 이번 앨범을 통해 사랑, 이별, 분노, 감동, 질투 등 회색빛 도시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랩으로 녹여냈다. 앞서 그가 CB MASS, 다이나믹듀오 멤버로 활동하며 유쾌하고 신나는 곡들로 '잘 노는 형'의 느낌을 줬다면, 이번 솔로 앨범 속 개코는 '철든 형'의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무엇보다 철저히 중립적인 관찰자적 시선으로 세상을 그리며 공감력을 높였고, 정확도 높은 발음과 탄력 있는 플로우는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개코 '레딘그레이' 앨범 재킷(사진=아메바컬쳐 제공)
그중 단연 돋보이는 곡은 9번 트랙인 '은색 소나타 (feat. Crush)'다. '은색 소나타'는 우리나라 중산층을 대표하는 자동차인 소나타와 심리적으로 안정을 원하는 색을 뜻하는 은색을 모티브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속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심리를 묘사한 곡이다.
가정 안에선 단절, 잘 몰라 소통의 방법 / 손찌검으로 마무리된 대화는 아들의 방문을 또 잠가 / 누구에게도 얻지 못한 권위 / 주말엔 소파에 홀로 덩그러니 하릴없이 집밖으로 또 도망치지 등의 가사를 통해 이 시대 가족들이 겪고 있는 '소통의 단절'을 디테일 하게 표현해 냈다.
이 외에도 개코는 성형녀와 허세남, 클럽의 밤 풍경, 서울의 야경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빼곡히 앨범에 담았다. 최근 사랑과 돈을 주제로한 가벼운 힙합 노래가 넘쳐나고 있는 추세 속 다양한 현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비추며 국내 최정상 래퍼로서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