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마친 후 귀빈식당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정치권에서 연설 내용과는 전혀 관계 없는 '개헌론'의 후폭풍이 번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에서 당초 공식 발표와는 달리 개헌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여·야·청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헌 문제를 언급하는 등 "꽤 시간을 할애해서 개헌 부분에 관한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개헌 논의가 경제의 블랙홀이라는 대통령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면 여야 모두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떠오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개헌 논의는 사실상 힘들어진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 없이 듣기만 하면서 미소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개헌과 관련해 언급을 삼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위원장은 이어 "내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며 농담조로 이야기를 건넸고, 박 대통령은 "그러시냐"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받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당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공식브리핑에서 15개 항의 회동 내용을 전하며 "개헌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개헌은 문 위원장이 내일 많이 이야기할 테니까 오늘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해 가급적 요청대로 발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이 공식 발표를 뒤집으며 개헌 논의가 있었다고 뒤늦게 밝힌 것은 지도부가 회동에서 야당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얘기하고자 한 뜻과는 조금 다르게, 방향이 어긋나게 발표된 것이 아닌가 해서 부랴부랴 설명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양당의 '약식' 합의를 깬 데 대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이완구 원내대표가 오늘 개헌 논의는 없었던 걸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모두의 동의를 받아 개헌 얘기의 내용을 발표를 안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이밖에 "카카오톡 감청과 이로 인한 사이버 망명 사태 등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위원장이 합법적 감청은 국가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과도한 감청은 절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는 당초 발표보다 표현 수위를 높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