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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처음으로 공개 재판에 나와 "제가 평생 가져갈 고통에 비하면 1심의 형은 가볍다"며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8부(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대 의대생 3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 피고인 배 모(25) 씨가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의 최후 변론을 마치자 한 방청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변호사라고 신분을 밝힌 방청객은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있다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불과 10여 명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법정은 순간 술렁였고, 황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일으켜 세워 공개로 진술할 것인지 여부를 재차 묻더니 피해자 A씨를 증인석으로 불렀다.
지난 8월 16일 열린 1심의 2차 재판에 비공개로 증인 신문에 나선 적은 있지만 A씨가 공개된 재판에서 진술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BestNocut_R]
"6개월이 지났는데 저에게는 아직도 상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A씨는 비장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울음을 참아가며 한 마디 한 마디 진술을 이어갔다.
A씨는 특히 "제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걸 생각하면 배 씨가 자살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매일 그 생각을 하며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못 자고 있다"는 말로 결백을 주장하는 배 씨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A씨는 "제가 평생 가져갈 고통과 배 씨 등이 퍼트린 저에 대한 험담과 뒷소문을 생각하면 1년 6개월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 일로 인해서 모든 걸 잃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재판부가 공정한 판결을 해주리라 믿고, 더 이상 제가 피해자가 되지 않게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함께 기소된 박 모(23) 씨와 한 모(24) 씨에게는 1심과 같은 각각 2년 6월과 1년 6월의 형을 구형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배 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의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씨와 한 씨 측은 "모든 분께 사죄한다"고 밝혔고, 배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죄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정말로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씨 등은 지난 5월 21일 밤과 이튿날 새벽 경기도 가평의 한 민박집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동기생을 함께 성추행하고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성추행 장면의 사진을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6년 동안 동기생으로 지낸 피해자를 함께 성추행하고 사진을 찍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을 주도한 박 씨에게는 징역 2년 6월을, 한 씨 등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