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사실을 은폐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와 112 신고센터와의 녹취록에서 살인 사건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6분 10여초의 현장음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조차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은 경기청 회의실에서 감찰 조사 결과와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브리핑에 앞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서천호 경기청장은 "신고 접수 요령이 잘못됐고 처음 접수된 지령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사죄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9시 51분 수원 중부서는 경기청 112 신고센터로부터 위급 상황 신고인 'CODE-1 성폭행 진행중'이라는 지령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근무자들은 해당 사건을 단순 성폭행으로 안이하게 판단해 인원을 추가 배치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수사팀도 안이하게 대응하긴 마찬가지였다. 중부서 형사과장은 이날 밤 11시 41분 강력팀장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았지만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인식해 인원 추가 배치를 하지 않았으며 자택에서 대기하다 사건 발생 10시간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이렇다보니 관할 서장은 사건 발생 직후 상황을 보고받지 못햇고 다음날인 2일 오전 8시 40분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보고받았다.
22
◈녹취록 '현장음' 의도적 무시?◈
살인 사건 현장음이 담긴 6분여 동안의 녹취록에 대해서도 경찰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1분 20초 이후의 녹취록에는 "잘못했어요"라는 피해자의 비명 소리와 함께 "남자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부부싸움 같다"는 112 센터 근무자의 목소리가 함께 녹음돼 있었다.
서천호 청장은 "사건 발생 직후 녹취록이 1분 20초라고 보고를 받았다"며 "이후에 현장 내용과 7분여 간의 시간을 확인한 건 7일에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수일이 지닌 7일에서야 전체 녹취록이 청장에게 보고된 이유에 대해 부실 수사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춘섭 경기청 형사과장은 "범인 검거 이후 중부서 형사과장에게 녹취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범인을 잡은 이후이기 때문에 굳이 들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사건이 정리가 되면 차차 문제점에 대해 보고하려 했다"며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BestNocut_R]
경기청은 이같은 부실 수사에 대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를 소홀히 한 수원 중부서장 등 5명과 경기청 소속 112 신고센터 5명등 모두 10명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