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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처럼 '유서대필사건'도 널리 알려졌으면…"

책/학술

    "도가니처럼 '유서대필사건'도 널리 알려졌으면…"

    [인터뷰] 장편소설 '화월(火月)' 저자 박기묵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1990년 초반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표적인 공안 사건으로 꼽히지만, 1984년생인 박기묵 기자(CBS노컷뉴스)에게는 사실 '잘 모르는' 낯선 일이었다.

    취재를 하게 됐던 그날까지도 '그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그런 그가 강기훈 씨를 취재하고 훗날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화월(火月)'의 저자 박기묵 기자.

     

    지난 9월 박 기자는 유서 대필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화월(火月 - 불의 달)'을 출간했다. 봄의 생기로 물들어야 했던 4, 5월이었지만 유독 1991년 그해는 분신으로 자기 의지를 전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화월-불의 달'은 당시의 분신 정국을 의미한다.

    2011년 갓 언론사에 입사했던 박 기자는 그해 '유서 대필 사건'을 기획취재하면서 강 씨를 만난다. 당시 대법원에서 재심 여부를 심리 중인 때였다.

    수년간 언론과 접촉을 피해오던 강 씨를 어렵게 만나 [V파일] '대필 공방 20년, 유서는 말한다'라는 4부작 심층보도물(기사 아래 참고)을 내놓았다. 하지만 보도는 생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만 남았다.

    "제 역량이 부족한 탓이죠.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아니고, 판결이 변한 것도 없고…. 기사가 아무런 도움도 안 된 것 같아 강기훈 씨에게 미안하더라고요."

    2011년 당시 4부작으로 보도한 [V파일] 영상 캡쳐.

     

    그 무렵 공지영 작가가 쓴 소설 '도가니'를 모티브로 한 영화 '도가니'(2011, 감독 황동혁)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묻혔던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끝내 재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본 박 기자는 '유서 대필 사건'을 책으로 낼 것을 결심한다.

    기사가 아닌 소설이라면 대중이 더 쉽게 이 사건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강 씨와 주변 인물을 수차례 인터뷰한 자료와 사건일지 등을 참조해 당시 상황을 재현했지만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고인이 된 김기설(극중 인물 박민혁) 씨와 그의 여자 친구를 인터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김기설 씨와 여자 친구)의 대화는 공판기록을 통해 재현했지만, 속마음은 주변 정황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강기훈 씨의 독백이나 생각은 그동안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제 느낌을 담았고요. 인물의 대화나 독백을 뺀 소설의 70%는 사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책으로 나오기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돈이 안 된다', '민감한 주제다' 등의 이유로 몇몇 출판사가 고사했다. 계약한 출판사가 경영 악화로 인쇄 한 달을 앞두고 문을 닫기도 했다. 결국 보도국 선배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덕에 자비량으로 1인 출판사를 통해 책을 찍어냈다.

    책에는 강 씨를 범인으로 만들어 공안정국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이 어떤 식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개인과 주변인을 압박·회유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서 대필 사건'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과 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다. 강 씨의 무죄를 드러내지 못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유산이기도 하다.

    20년 넘게 모든 것을 걸고 국가와 싸워온 개인 ‘강기훈’은 간암 말기 투병 중이다. 대법원 재심은 여전히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명예는 죽은 뒤에야 회복될지도 모른다.

    박 기자의 바람은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도가니’처럼 ‘유서 대필 사건’을 다시 보고,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책 판매에 따른 인세는 투병 중인 강기훈 씨에 모두 기부된다.

    화월(火月) / 박기묵 지음 / 북랩 / 237쪽 / 1만 3,000원

    ◇ 아래는 당시 보도 영상

    1. [V파일] 대필 공방 20년, 유서는 말한다
    http://www.nocutnews.co.kr/news/4220645
    2. [V파일] 필적감정 번복한 국과수
    http://www.nocutnews.co.kr/news/4221784
    3. [V파일] 검찰에 묻다 '정의란 무엇인가'
    http://www.nocutnews.co.kr/news/4222957
    4. [V파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 그 후
    http://www.nocutnews.co.kr/news/422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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