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박해민 "내 왼손가락은 4개뿐…간절함이 형들 깨웠으면"

야구

    박해민 "내 왼손가락은 4개뿐…간절함이 형들 깨웠으면"

    '손가락 4개라도 마음은 5개' 삼성 박해민은 지난 5일 넥센과 한국시리즈 5차전 도중 왼 약지 인대가 50%나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고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보이고 있다.(사진=임종률 기자)

     

    '제 2의 신고 선수 신화' 박해민(24, 삼성)의 테이프 투혼이 응답받을 수 있을까. 생애 첫 한국시리즈(KS)에 나서는 간절함이 선발 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해민은 10일 잠실에서 열리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 KS 5차전의 숨은 키 플레이어다. 타선의 떨어진 감각을 메울 빠른 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타선은 KS에서 타율 2할이 채 되지 않는다. 넥센 역시 마찬가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투수들의 집중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타자들의 감각이 3~40%는 떨어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연속 안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발야구는 득점권을 위해 더 절실하다. 8일 4차전이 그랬다. 넥센은 1회 서건창이 모처럼 출루하자 연속 도루로 3루까지 갔고, 희생타로 여유있게 선취점을 냈다. 흔들린 삼성 선발 마틴은 2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경기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은 "1회 도루 2개를 내주고 점수를 내준 과정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염 감독도 "서건창이 도루 2개로 선취점을 내 경기를 풀어줬는데 모두 작전에 의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발야구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절실함의 질주, 3차전 역전승의 발판 되다

    삼성에서는 박해민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규리그 도루 1위(53개) 김상수는 KS 12타수 무안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나가야 뛰는데 1루도 쉽게 밟지 못하니 도루는 언감생심이다.

    박해민은 1, 2차전에서 3타수 1안타 사4구 2개로 출루율 6할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도 도루 성공 뒤 이지영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2012년 신고 선수로 입단한 박해민은 올해 삼성의 최고 히트 상품이다. 타율 2할9푼7리 36도루 65득점을 올리며 배영섭의 군 공백을 메웠다. 박해민이 넥센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어줄 첨병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 그거 뭐냐'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박해민(왼쪽)이 벙어리 장갑을 끼고 대주자로 출전하자 넥센 1루수 박병호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

     

    3차전 극적 대역전승의 발판도 박해민의 빠른 발 때문이었다. 0-1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대주자로 나섰던 박해민은 이승엽이 평범한 뜬공을 때려 아웃이 유력한데도 전력 질주했다.

    결국 넥센의 실책성 수비로 안타가 되면서 박해민은 천금의 동점 득점을 올렸다. 류 감독은 "보통 2사에서 그런 타구가 나오면 슬슬 뛰기 십상인데 박해민이 전력으로 뛰었다"면서 "또 홈까지 들어오기 어려운 타구였는데도 동점이 나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 득점을 발판으로 삼성은 9회 박한이의 짜릿한 역전 결승 2점 홈런이 나와 3-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박해민의 숨은 공이었다. 류 감독은 이어 "8회 이승엽 안타 때 만약 2사 1, 3루가 됐다고 해도 다음에 안타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거 아닌가"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속 상하지만 뛸 수는 있다" 5차전 선발 여부 관심

    관건은 부상 회복 여부다. 박해민은 지난 5일 KS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왼손 약지가 2루 베이스에 걸려 접질렸다. 한동안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럼에도 교체하지 않고 후속 적시타 때 홈을 밟고서야 검사와 치료를 받으러 갔다.

    인대가 50%나 손상됐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3차전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4차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본인도 안타깝고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박해민은 4차전에 앞서 "진짜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상을 당해서 속이 상했다"면서 "타격과 수비도 문제는 없다"고 전의를 다졌다. 그러나 류 감독은 "아무래도 배팅볼과 실전에서 시속 150km 공을 때리는 것은 차이가 있고 손이 울려서 아플 수 있다"며 만류했다.

    '얼마나 아플꼬' 삼성 박해민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도루한 뒤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자 김평호 코치(오른쪽) 등 코칭스태프가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

     

    그럼에도 3차전 대주자로 나와 소금같은 활약을 펼친 박해민이었다. 9회 수비 때는 유한준의 안타성 타구를 거의 넘어지면서 잡아내는 호수비까지 펼쳤다. 박해민은 "그래도 발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서 "뛸 수는 있으니까"라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당시 부상 악화 방지를 위해 낀 박해민의 벙어리 장갑은 큰 화제가 됐다. 박해민은 "김평호 주루코치님이 마트에서 사오셨다"면서 "아프지 않다"고 웃어보였다.

    벙어리 장갑 안은 어떨까. 박해민의 왼손은 네 손가락이었다. 왼손 중지와 약지는 테이프로 예쁘게 붙어 있었다. 혹여라도 인대에 손상을 줄까 조치한 것이다. 박해민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형들도 나를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보였다.

    류 감독은 10일 5차전에서 박해민의 선발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 과연 박해민의 절실함이 잠자는 사자 군단의 타선을 깨울 수 있을까. 신고 선수 신화의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