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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니가 가라, 유한준' 강정호, 美 칠 활약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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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B? 니가 가라, 유한준' 강정호, 美 칠 활약 절실

    '아, 안 되는데...' 넥센 강정호가 10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나바로의 땅볼을 놓친 뒤 1루를 바라보고 있다.(잠실=넥센 히어로즈)

     

    너무나도 뼈아팠다. 창단 첫 우승을 위한 확실한 발판을 눈앞에 두고 나온 실수라 더 아쉬움이 컸다. 절실함으로 온 정신을 집중했던 동료들의 투혼어린 플레이가 허사가 돼 더 진한 여운이 남았다.

    넥센은 10일 잠실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1-2 끝내기 역전패를 안았다. 시리즈 전적 2승3패, 벼랑에 몰렸다.

    당초 넥센은 8회까지 1-0으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선발 헨리 소사의 6⅓이닝 무실점 역투와 우익수 유한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잇딴 '슈퍼 캐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서건창의 선제 적시타, 8회말 무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마무리 손승락의 혼신투 등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

    하지만 9회말 고비를 끝내 넘지 못했다. 유격수 강정호(27)의 수비 실책이 화근이 됐다.

    ▲대형참사로 이어진 강정호의 실책

    선두 김상수는 잘 처리했다. 빗맞아 느리게 굴러오는 까다로운 타구를 뛰어오면서 잡아 그 스텝에 곧바로 송구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이었다. 여기까지는 올 시즌 뒤 진출을 노리는 메이저리그(MLB)급 수비였다.

    그러나 오히려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후속 야마이코 나바로의 땅볼을 떨궜다. 2루 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잡으려 했던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튀어 뒤로 흘렀다. 9회말 1사에서 나온 실책. 불길한 기운이 흘렀다.

    '물거품이 된 3인방의 노력' 넥센은 서건창(왼쪽부터)의 선제 적시타와 마무리 손승락의 혼신을 다한 역투, 유한준의 슈퍼 캐치 등으로 5차전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9회말 역전패로 허사가 됐다.(잠실=넥센 히어로즈)

     

    강정호의 실수는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손승락은 일구 일구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으며 후속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8회 무사 만루부터 이어진 팽팽한 승부에 더는 견디지 못했다. 채태인에게 안타를 내줘 몰린 2사 1, 3루에서 상대 4번 최형우에게 총알 같은 우선상 2루타를 맞고 말았다.

    우익수 유한준과 2루수 서건창이 신속하게 중계 플레이를 했지만 1루 대주자 김헌곤의 역주는 끝내 막지 못했다. 포수 박동원의 홈 태그가 간발의 차로 늦었다. 최형우의 2타점 2루타.

    삼성의 극적인 끝내기 승리이자 넥센의 충격적인 패배였다. 삼성 선수들은 미친 듯이 환호했고, 넥센 선수들은 믿기지 않은 듯 허탈함에 휩싸였다. 강정호 역시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MLB 스카우트 앞 부진…기회는 남아 있다

    강정호는 올 시즌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구단 동의 하에 이적료를 받고 더 큰 무대로 나설 수 있다. 올 시즌 목동, 잠실 등 경기장에는 벌써부터 강정호를 보기 위해 몰려든 MLB 스카우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5차전도 벽안의 눈동자들이 열심히 강정호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하지만 정작 빛난 것은 유한준과 삼성 박한이의 '명품' 외야 수비였다. 유한준은 2회말 2사 1, 2루에서 나바로의 우중간 큼직한 타구를 전력 질주해 잡아냈다.

    3회초 박한이가 박헌도의 우중간 타구를 몸을 날려 걷어내자 3회말 유한준이 최형우의 우선상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며 멍군을 불렀다. 관중석의 탄성을, 해당 타자의 탄식을 자아낸 슈퍼 캐치였다. 유한준이 5회말 잡은 채태인의 아웃 카운트는 평소라면 어려운 타구였지만 이날만은 수월해보였다. 그 정도로 수비가 좋았다.

    이날 강정호는 아쉬운 수비가 하나 더 있었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나바로의 땅볼을 놓치고 더듬으면서 1루 주자만 2루에서 아웃됐다. 병살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타자를 살렸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소사가 후속 타자들을 뜬공 처리했지만 실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던 실수였다.

    '여기까지는 MLB급이었는데...' 강정호가 5차전 9회말 김상수의 땅볼을 잡아 러닝 스로하는 모습.(잠실=넥센 히어로즈)

     

    강정호가 현재 한국 최고의 유격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한 어깨와 폭넓은 수비에 올해 유격수 최초로 40홈런-100타점(117개)을 달성한 타율 3할5푼6리의 방망이를 뽐냈다.

    그런 강정호였기에 KS 5차전이 더 아쉬운 것이다. 더욱이 MLB 스카우트 앞에서 나온 실수들이었다. 큰 경기, 특히 승패가 갈리는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흔들린 모습을 보인다면 MLB 진출에 결코 득이 될 리 없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타격에서도 1차전 결승 2점 홈런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 6차전에서 동률을 만들어 7차전까지 승부를 끌어야 한다. 강정호는 LG와 플레이오프(PO) MVP였다. 능력은 충분하다. 아쉬움을 털고 일어나야 한다. 팀에 아픔을 안기고 떠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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