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과 '인터뷰게임'이 보인다면) 제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이 거기까지 밖에 안되는 겁니다". (남규홍 PD)
"섭외로 굉장히 많이 싸웠어요. 대단한 정치인, 기업인들과 섭외 이야기가 오갔지만 얻는 만큼 잃을 것도 많다고 생각했죠". (위소영 작가)
SBS 파일럿 교양프로그램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이하 '일대일')는 남규홍 PD의 총집합체와도 같다. 공간 설정은 '다큐 예능'이라 불렸던 '짝'과 비슷하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꿈꾸는 것은 '인터뷰 게임'과 닮았다. 성우는 바뀌었지만 내레이션과 자막은 역시 '짝'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일대일' 제작을 맡은 남규홍 PD. (SBS 제공)
◈ '짝' 폐지라는 아픔 겪은 남규홍 PD의 복귀작'짝' 폐지라는 위기를 겪고, 1년 만에 돌아온 남 PD는 떨리는 모습이었다.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 받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내다가도 곧 차분하게 자신의 뚝심을 드러냈다.
그는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회담 공간처럼 꾸며진 '일대일 구'와 '일대일 궁'의 설정이 '짝'의 '애정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이 사회적 위치를 잊고 좀 더 서로에게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짝'과 마찬가지로 '일대일'에는 MC가 존재하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때문에 프로그램의 명운은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진솔한 소통을 이뤄내느냐에 달렸다.
남 PD는 이를 두고 "MC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마음껏 놀아보라는 의도가 크다"면서도 "출연자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심해지는 문제가 가장 두통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험을 저지르면 또 다른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이 장점이다"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집필을 맡은 위소영 작가는 "시청자들을 가르치면서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합의점은 있지만 진행 상황에서 대본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출연자 두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출연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출연자 섭외 문제가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제작진은 연예인이나 일반인 할 것 없이 출연자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방송에서 인생을 조명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치열한 노력으로 정상에 올라선 사람이라면 누구든 '일대일'의 '군주'가 될 수 있다.
남 PD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엄격한 기준은 있다. 시청자의 수요와 진실된 만남에 대한 가능성이다"라면서 "'힐링캠프'나 '무릎팍도사' 같은 기존 토크쇼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구선수 서장훈과 웹툰 작가 강풀. (SBS 제공)
◈ '일대일'의 첫 정상은 서장훈과 강풀 제작진은 특히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첫 출연자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정상회담'이라는 포맷에 유명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흥미를 보여 이들과 섭외가 오가기도 했다.
위 작가는 "대단한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많이 관심을 보여 논의 단계까지 갔었다.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사자와 호랑이의 포섭은 잃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든 크든 모든 세계에 '정상'이 있어서 그 범주가 어디까지인가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일대일'의 첫 정상은 농구선수 서장훈과 웹툰 만화가 강풀로 결정됐다.
남 PD는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의 운명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했다. 사람의 인생처럼 프로그램의 운명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승승장구하다 일반인 출연자의 죽음으로 순식간에 막을 내린 '짝'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그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확고한 목표는 있었다. 별 문제 없이 길게 가는 것을 꿈꾸며 '짝'을 만든 것처럼, '일대일'도 사랑 받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필수다.
남 PD는 "제 기대치만큼 되지는 않았겠지만 괜찮을 정도로는 나왔다. 욕심을 내다보면 덫에 걸려 잡혀 죽는다. 그래서 제작진은 적당히 욕심내고, 적당히 출연자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