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유혹'의 최지우-권상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크리스탈-비. (자료사진)
스타 하나만 믿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방송가의 스타 캐스팅 전략이 점차 그 힘을 잃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안방극장의 민심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스타 출연자 대신 질 높은 콘텐츠로 눈을 돌리면서 탄탄한 콘텐츠들만이 살아남았다.
◈ 톱스타 내세워도 부진…콘텐츠가 좋아야 성적도 좋다SBS는 올 한해, 톱스타로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같은 지상파인 KBS와 MBC에 비해 유독 거물급 스타 배우들을 드라마에 기용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월화드라마 '유혹'은 한류스타 배우 권상우와 최지우를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평균 8.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현실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4각 관계를 이루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수목드라마 역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월드스타 비가 나섰지만 끝내 두 자릿수 시청률 기록엔 실패했다.
에프엑스 크리스탈, 인피니트 엘 등 인기 아이돌들의 합류도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은 시대를 거스른 대사와 연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력, 갑작스러운 로맨스 전개 등을 패착의 원인으로 꼽았다.
의외의 수확을 거둔 것은 MBC였다. MBC는 눈에 띄는 톱스타를 드라마에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보람찬 성적을 내고 있다.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 중이다. 첫회부터 5회까지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배우 최진혁과 백진희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두 사람 모두 지상파 드라마 주인공은 처음이지만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쌓아 온 경험으로 능숙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오랜만에 복귀한 배우 최민수의 열연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당연히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들을 민생안정팀 검사로 설정해 생활 밀착형 수사물을 구현했고,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다. 각 캐릭터의 비밀코드가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평이다.
MC 유재석과 강호동. (자료사진)
◈ 스타 1인 체제는 저물고…공감과 참신한 포맷이 뜨다예능프로그램은 훨씬 이전부터 스타시대 종말의 전조를 보였다.
먼저 스타 1인 예능프로그램들의 폐지와 부진이 계속됐다. 한 때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는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SBS '힐링캠프'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힐링캠프'는 2014년에 들어서 단 한번도 10%의 시청률 벽을 넘지 못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스타 개인에게서 떠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 등으로 대표되는 스타 MC들도 활약이 줄어들었다. 특히 새로운 시도들이 번번이 실패해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강호동이 메인 MC로 나서 눈길을 끌었던 MBC '별바라기'는 3개월 만에 폐지됐다.
강호동에게는 진행 스타일이 고착화됐고,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혹평이 꼬리표처럼 남았다.
유재석이 메인 MC인 KBS 2TV '나는 남자다' 역시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달 남짓 지나는 동안 최고 시청률은 6.4%. 국민 MC로 불리는 그의 명성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강호동과 마찬가지로 진행 실력은 능숙하지만 변화가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내실을 풍부하게 다진 예능프로그램들은 날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