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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 중심의 대(對)중국 수출구조로는 FTA가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중 FTA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대는 매우 크다. 한중 FTA가 실질적인 타결을 본 지난 10일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활로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품은 중간재가 대부분이다. 현재 중국과 합작공장 설립을 준비 중인 조선기자재업체 C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C사는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중국 합작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들은 중국 조선업체에도 일부 들어가지만, 대부분 다시 우리나라 조선업체에 납품되거나 해외로 수출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품(2011년 기준)의 84%는 시설투자재 또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재가공돼 수출되는 중간재로 분류됐다. 반면, 중국 시장으로 완제품으로 수출돼 소비되는 최종소비재는 16%에 불과했다. 우리 수출품이 중국 소비자들에게까지는 아직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대중국 수출을 보면 소비재로 가는게 상대적으로 적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구조가 투자보다는 소비쪽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우리 수출도 거기 맞춰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을 우리의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려면 일단 우리 수출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중국 쪽으로 소비재 위주의 수출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한 상태다. 한중 FTA가 원산지 인정 기준 등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산업부에서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태희 산업부 실장조차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원산지 인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품목이 1만 2,000개나 되고, 품목별로 달라서 평균적으로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조모(41) 씨는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다들 FTA 이후로 괜찮아 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지, 사실 관세나 비관세 장벽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규정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기업들이 FTA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이른바 '스파게티 볼'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구조를 적기에 바꾸거나, 한중 FTA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중 FTA에서 얻을 것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