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활약에 그쳤던 홍정호-김영권의 중앙 수비 조합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처음 호흡을 맞춘 요르단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박종민기자
브라질월드컵이 악몽이 그대로 이어진 경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둔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처음 떠난 원정 평가전에서 승리해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승리지만 내용 면에서는 한 수 아래인 요르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11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66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순위다. 요르단은 74위로 한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승리까지 요르단과 역대전적에서 3승2무를 기록 중이다. 두 팀간의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요르단과 경기는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단 두 명의 K리거 필드 플레이어 차두리(FC서울)와 한교원(전북 현대)이 합작한 결승골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들이 만든 골이 아니었다면 자칫 쓰라린 패배를 안을 수도 있었다.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바로 중앙 수비다.
전임 홍명보 감독의 신뢰가 컸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조합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불안한 모습을 이미 수차례 노출했다. 결국 브라질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다시 호흡을 맞춘 요르단전 역시 이들의 조합은 여전히 불안했다. 결과적으로는 무실점이지만 상대의 '창'이 더욱 날카로웠다면 점수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은퇴 시점을 저울질하는 차두리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박주호(마인츠)는 제 몫을 충분히 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홍정호, 그리고 최근까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영권은 확실히 경기 감각이 부족했다.
첫 번째 결정적인 위기는 경기 시작 11분 만에 찾아왔다. 상대의 역습에 실질적으로 수비에 나선 선수는 중앙 수비수 둘 뿐이었다. 하지만 1차 저지에 나선 김영권의 판단이 좋지 않았다. 상대가 치고 들어오는 방향에 버티고 서서 동료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이 옳았지만 김영권은 과감하게 태클을 시도했다. 결국 김영권의 태클 저지는 실패했고, 헤딩슛까지 허용했다. 골대가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선제골을 내줬을 상황이었다.
후반 30분에도 역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김영권이다. 패스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내줬고, 곧장 역습에 나선 요르단은 슈팅까지 시도했다. 비록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 전반 상황과 마찬가지로 실점과 다름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홍정호와 김영권의 조합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르다. 부임과 함께 대표팀을 다시 출발선에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지금까지 치른 A매치 3경기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