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우리 시대 화두로 떠오른 노동 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세를 확장하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카트는 전날 전국 508곳 스크린에서 2,370회 상영돼 3만 7,763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극장가에 '인터스텔라' 돌풍이 몰아치던 13일 개봉한 카트는 평일 3만 5,000~3만 7,000명, 주말 10만~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8일 동안 누적관객수 53만 3,525명을 찍었다. 인터스텔라 제국에 맞선 카트의 게릴라전이 톡톡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카트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영화홍보사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은 이 영화의 강점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우리들 얘기"라고 답했다.
박 실장은 "메시지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울었다'는 감정적인 부분들을 주로 얘기한다"며 "평소 노동,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심이 없었다는 관객들도 왜곡되지 않게 표현하려 한 영화의 주제를 느끼고 있다는 점은 상업영화로서 카트가 가진 미덕"이라고 전했다.
카트를 찾는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은 이 영화의 장기흥행에 파란불로 작용하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 주말 무대인사를 진행하면서 10대 학생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성별도 남녀 골고루 분포했다는 점을 확인했고, 평일에도 주부·노년층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층이 다양하다고 판단된다"며 "10대 관객들의 경우 극중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한 엑소 멤버 도경수 군을 보러 왔다가 또래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극장을 나선다는 점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했다.
단체관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카트는 개봉 전부터 정치권·노동계 상영회 등을 진행했는데, 개봉 뒤에도 회사·단체를 비롯해 수능을 마친 학교 등에서도 단체관람에 나서 장기흥행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 손익분기점 160만 관객…2030관객층 호응·상영관 유지 관건
영화 '카트'의 한 장면. (사진=명필름 제공)
카트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뒤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를 상업영화로 잘 녹여냈다는 점은 카트가 일궈낸 값진 열매다.
엄혹한 시대가 우리에게 강요해 온 '노동' '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차분하게 걷어내는 까닭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들 단어에 대해 지닌 선입견을 깨고 극장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카트 마케팅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박 실장은 "사실 20, 30대 관객층이 생각보다 움직이지 않다보니 평일 5만~6만 명이 드는 상업영화로 자리잡는 데 다소 동력이 모자라는 점은 아쉽다"며 "상업영화로서 단순히 높은 관객수를 찍기 보다는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에, 관객들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돕는 데 마케팅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급 역시 개봉 2주차 주말을 맞는 카트가 장기흥행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카트의 제작사 명필름과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극장 측과 지속적으로 상영시간 안배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NEWS:right}
카트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그러니까 영화를 만드는 데 든 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1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영화를 먼저 접한 관객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데다, 단체관람 붐이 이는 지금 분위기에서는 어렵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 실장은 "모든 문화 매체가 그렇지만, 2년 전 영화 '레미제라블'을 담당할 때 메시지에 감동하는 다양한 관객 반응을 보면서 영화가 개인과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카트의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정치권, 노동계뿐 아니라 아무 관심 없을 것 같던 10대 중·고생들이 뜻깊게 봤다는 반응에도 마찬가지 감정이 들었다. 의미 있는 영화를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하는 바람에 관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경험을 다시 한 번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