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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파행에 '네 탓'하는 與野…누구 말이 맞나?

국회/정당

    '누리과정' 파행에 '네 탓'하는 與野…누구 말이 맞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상임위원회 일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한 가운데 26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야당의원들이 회의실을 퇴장하며 중단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를 이유로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에 들어갔다.

    반면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사실을 왜곡하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여야 논의 과정을 짚어본다.

    지난 20일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회동 결과였다. 여야정은 당시 내년도 누리과정 순증분 5,600억 원을 국고로 지원하며 나머지 예산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이자는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채 한 시간도 가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황 부총리에 대해 '월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김 수석이 합의를 전면 부정했는데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할 정부여당의 자세인가 하는 데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반격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튿날 "전체를 통할할 원내대표로서 매끄럽지 못했던 점은 대신해서 사과한다"며 일방적인 합의 파기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 "법은 지키면서 고충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차례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 여야는 다시 논의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김 수석부대표가 직접 나섰다. 김 수석부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새정치연합 안규백 수석부대표와 만나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양당은 '우회지원'에 공감하고 25일 다시 만나 결론을 짓기로 했다.

    다음날 오전 여야는 수석부대표의 사전 논의를 거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까지 참여하는 '3+3 회동'을 하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합의했다.

    양당의 수석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지방교육 부족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되 국가가 이자 지원 ▲누리과정 순증에 따른 예산 증액 편성 ▲교문위 정상화로 소관 법안과 예산 심사 등 3개항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에 재개된 교문위 예산심사소위는 우회지원에 따른 예산 지원 규모를 두고 여야가 맞선 끝에 파행을 빚었다. 야당은 "우회지원 예산과 지방채 이자분 등 6218억원을 반영해 심사를 마무리짓자"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여야 원내지도부가 우회지원에 따라 늘리기로 한 교육부 예산 규모는 정하지 못했다. 규모를 예산안에 명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상임위원장과 간사단, 원내대표단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이날 예정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잇단 합의 번복은 상임위에 재량권을 주는 상임위 중심주의에 전면 위배되는 것으로, 이대로는 예산 심의를 함께 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마디로 여당이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여야는 어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특정하지 말고 예결특위에서 결정한다는 합의를 이뤘다"고 반박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마치 새누리당이 예산액을 확정짓고 합의를 파기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고, 특히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법령 정비와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의 상향 조정을 주장하며 작심한 듯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야 모두 상대방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전날 양당의 발표 내용을 보면 새누리당의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당시 김 수석부대표는 "(우회지원에 따른) 지원 규모는 앞으로 여야 간에 좀 더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부대표도 "(예결특위) 소위에서 아직 증액과 감액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증액과 감액의 상태를 보고 아마 결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수석부대표는 '야당이 증액 규모를 확정짓지 않고 예산 편성에 동의한 상황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증액 부분 합의는 지금 하고 있다. 아직 종결이 아니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관련 예산은 지도부에서 계속 해 나가냐'는 질문에도 "네,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수석부대표는 "순증액이 5,233억원부터 2,000억원 사이에서 총액 지원 규모를, 당 지도부에서 정해서 예결위에서 반영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NEWS:right}

    정리하면 김 수석부대표는 일관되게 지원 규모를 확정짓지 않고 예결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안 수석부대표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발표 당시 상황과 비교해 별다른 사정 변화가 없는데도 새정치연합이 뒤늦게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새누리당은 되레 야당이 협상을 깨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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