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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예술가들이여 ‘열정 페이’를 거부하라

    한스 애빙 "저임금·무료 거부하는 예술가들의 인식 변화와 연대 필요"

    지난 2011년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사망하자, 이 일을 계기로 그 해 11월 제정된 '최고은 법'. 예술인을 지원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의 삶은 가난하고 고달프기만 하다.

    이런 가난한 예술가들의 현실을 해결해 보고자 27일 오후 서울 시민청에서 국제심포지엄 ‘노동하는 예술가, 예술환경의 조건’이 열렸다.

    남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국제심포지엄 ‘노동하는 예술가, 예술환경의 조건’ 현장. (유연석 기자)

     

    200여 좌석이 모자라 일부는 서서 들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시민청을 찾았다. 주최 측은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것은 좋은 일이나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예술가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이날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자 예술가인 한스 애빙 교수는 ‘구조적 빈곤: 왜 예술경제의 특수성은 계속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저임금으로 일해 온 예술가의 관성, 예술가를 착취하는 풍토, 정부지원의 문제 등 예술가의 빈곤을 낳는 구조적 문제에 관해 기조 발제를 했다.

    그는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예술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예술 에토스(기풍)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예술은 선하고 숭고한 것이니 이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비영리 예술 재단에서 특히 예술가를 착취하는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비영리 단체에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저임금 혹은 무료로 참여를 요구하고, 예술가들은 전시 참여 기회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

    애빙 교수는 예술가가 더는 가난하지 않기 위해서 예술가들의 사고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적은 임금이나 무료로 예술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예술가들에게 열정 페이(열정으로 일하라며 대가를 헐값에 치르는 세태)를 주는 비영리 단체들이 지탄을 받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스 애빙 교수 외에도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예술인 복지 정책 추진 현황과 과제’, 재불 문화정책 연구자 목수정이 ‘프랑스의 시각예술인의 지위 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영국 시각예술인연합 전 디렉터 수잔 존스가 ‘시각예술인의 노동에 대한 임금 접근방식, 범위와 기준:영국의 사례’, 안소현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예술환경의 조건들: 전시환경, 임금 그리고 지원제도’에 대해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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