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논란이 일고 있는 고 신해철 씨 장협착 수술을 맡았던 S 병원 강 모 원장이 2차 소환조사에서도 "수술 도중에는 천공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과실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9일 강 원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9일 강 원장을 다시 불러 오후 2시 40분쯤부터 약 7시간 30분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밤 10시 10분쯤 조사를 마친 강 원장은 취재진에게 "먼저 의사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신해철 씨 사망이 너무 안타깝고 저 자신도 괴롭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수술 과정에서 직접적인 투과침으로 인한 손상이라든지 기구를 이용해서 뚫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염증으로 인한 지연성 천공의 가능성은 있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그런 손상(의인성 손상)은 없었으며 이는 수술장에서 여러 번 확인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강 원장은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위밴드 등 임상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나쁘게 나와서 저 자신으로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집도한 수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이후 신 씨가 금식 지시를 어기는 등 수술 이후 요인으로 상태가 악화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신 씨의 유족 측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제 진의를 전하고 싶다"며 "사과 형태는 유족 측과 협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강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서며 "다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원장은 이날 조사에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인정할 수 없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강 원장은 천공 발생 원인에 관해 "장 협착 수술과정에서 붙어있는 장기를 박리할 때 열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생긴다"며 "그 손상에서 지연적으로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술 후 엑스레이에서 발견된 흉부 기종에 관해서도 "기종을 확인했지만, 수술할 때 복부를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탄소가 올라간 것으로 판단해 큰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며 "다만 그 이후 복막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실제로 복막염이 진행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강 원장이 의료과실 혐의를 거듭 부인하면서 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자문 결과가 과실 여부 판단에 결정적인 잣대가 될 전망이다.
국과수는 지난 21일 경찰에 최종 부검결과를 제출하면서 "소장 천공으로 복막염이 나타난 후 심낭으로 전이돼 심낭염이 발생했다"며 "심장 압전으로 인한 심기능 이상이 있었고, 이에 합병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위에서 발견된 봉합 발생 원인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 발생 원인 ▲기종 관련 후속조치의 적절성 등에 대해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며 의사협회 등에 공을 떠넘겼다.
경찰은 "1~2주 안으로 조사 내용을 정리한 뒤 이를 신해철 씨 정밀 부검 결과와 함께 의사협회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보내 강 원장 과실 여부에 관해 의견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