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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이태원부터 12·3까지 행안부장관의 적극적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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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이태원부터 12·3까지 행안부장관의 적극적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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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 2026.2.13.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선고
    "다만 피고인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단독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 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고…."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선고에서 법원은 그의 행위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주요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계획해 이행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적극적으로 지시를 이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유리한 양형이유로 삼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징역 7년은 형사법정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중형이지만, 3주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선고된 징역 23년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심지어 내란특검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5년, 같은 구형을 했습니다.)
       
    그러나 류경진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들만 봐도 이 전 장관의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행안부 장관이란 지위에서 마땅히 했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아 내란을 가능케 했다고 볼 대목들이 상당합니다.
       

    최소 2시간 전에 알았던 경찰 국회 봉쇄, 이상민 수수방관

    ▶ 2026.2.13. 이상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판결문(인정사실)
    피고인은 21:48경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서 A4 크기의 문건을 꺼내어 펼쳐 살펴보다가, 21:50경 이를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 넣었고, 21:51경 다시 위 문건을 꺼내어 잠시 확인한 후, 다시 이를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 넣었다. 피고인은 21:56경에도 위 문건을 꺼내어 펼쳐보고, 이를 다시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 무렵 조태열은 대접견실에서 김용현에게 '그럼 군대가 이미 다 대기하고 있는 겁니까'라는 취지로 물었고, 김용현은 '그렇다'고 답변하였다. 그 자리에는 피고인을 비롯하여 한덕수, 박성재, 조태용 등이 동석하고 있었다.
       
    이 전 장관은 내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집무실 원탁 위에 놓여있는 것을 멀리서 얼핏 보았다는 정도만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CCTV 화면 속 이 전 장관은 불과 10분 사이에 자켓 안주머니에서 A4크기 문건을 3번을 꺼내어 보고 또 봤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와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문건에는 군과 경찰이 투입돼 봉쇄할 기관이 적혀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 민주당 당사, 선관위, 특정 언론사 등인데, 특히 소방청은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이행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던 것으로 봤습니다.

    ▶ 2026.2.13. 이상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판결문(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적어도 20:36경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에는 비상계엄의 선포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였고, 윤석열로부터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아, 그 이행의 지시를 받았다. 위 문건에는 군 내지 경찰이 투입하여 봉쇄할 여러 기관들이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은 해당 기관들에 대한 병력 내지 경찰력 투입을 예상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경찰이 국회와 선관위 봉쇄에 투입된다는 것을 계엄 선포 2시간 전부터 알았지만, 경찰과 소방의 지휘 책임자인 이 전 장관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겁니다. 그가 해당 문건을 여러 번 꺼내 보며 만지작거릴 무렵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는 거냐'고 황망하게 묻는 말을 듣고도 그는 문건 속 지시 수행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밤 10시 42분경 국무위원들이 대접견실에서 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0시 54분부터는 약 11분간 이 전 장관과 한 전 총리만이 대접견실에 남아있었습니다. 이때 이 전 장관은 상의 왼쪽 안주머니 속 그 문건을 다시 꺼내어 한 전 총리에게 건넸습니다. 같이 문건 내용을 손으로 짚어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경찰 국회 봉쇄는 방관, 소방청엔 단전·단수 지시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이후 문건을 챙겨 대통령실에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이 전 장관은 11시 34분에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를 하다가 이 전 장관 전화를 받은 조 전 청장은 '국회에 6개 중대를 배치했다'는 취지로 상황 보고를 했습니다. 이 무렵 TV에서도 국회에서 시민과 경찰, 군인들이 대치 중인 상황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이 통화에서 늦게라도 이 전 장관은 국회에 투입된 경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조 전 청장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 순차 통화한 직후인 11시 36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해 '포고령에 따라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고 다시 지시했습니다.
       
    이 전 장관 역시 조 전 청장과 전화를 마친 후 11시 37분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전화했습니다. 이미 소방청은 1시간 전인 10시 30분부터 주요 간부들이 참석해 재난 대응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는데, 이 전 장관의 전화가 걸려온 후 회의 주제가 갑자기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에 관한 논의로 바뀌었습니다.
       
    '단전·단수는 소방청의 업무가 아니다', '신중히 판단하셔야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경찰로부터 관련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전 장관이 언급한 언론사들의 소재지가 서울이었기 때문에 서울소방재난본부에도 연락해 상황을 묻고 경찰 협조요청에 대비하라는 지시도 이뤄졌습니다. 혼란한 비상계엄 상황 속 이 전 장관의 말 한마디에 소방청이 순식간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겁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85분 늑장, 헌재 "성실의무 위반" 지적

    ▶2023.7.25. 이상민 탄핵 기각 결정문 中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별개의견 요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참사(10·29 이태원 참사)를 보고받을 당시 대규모 재난으로 인정하여야 할 심각한 재난에 해당한다는 점 내지는 신속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비서를 기다려 이 사건 참사 현장 및 현장 지휘소로 이동하는 85분에서 105분 동안 전화 몇 통으로 원론적 지시를 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대응과정을 보면 피청구인이 총괄·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거나,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킨 것이며, 피청구인은 이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

    12·3 내란사태 당일 이 전 장관의 행보는 그리 새롭지 않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 당일 그는 긴급한 사고 연락을 받고도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비서가 자신의 압구정 자택에 오길 기다려 관용차를 타고 참사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보다도 20분 늦은 밤 11시 20분에야 사고 소식을 알게 됐는데, 그로부터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추후에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 사실이 문제가 되자 "기사가 오는 사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느냐"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별개의견으로 이 전 장관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10·29 때도 12·3 때도 이 전 장관은 자신의 대응이 부족했을 순 있어도 위법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상시국, 책임이 막중한 직책에서 이를 다하지 않은 '부작위'도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게 한 전 총리 사건 1심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2026.1.21.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판결문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상민이 윤석열로부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함으로써 윤석열 등의 내란행위에 가담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경우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하기 위하여 윤석열의 승인을 받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상민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에 관하여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이상민으로 하여금 그러한 지시를 수용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국무총리로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정작 이 전 장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 과정에서 이태원참사를 자신의 면피 수단으로 활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태원 사고를 경험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경험한 피고인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시민의 안전과 관련한 상황이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며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취지를 해명했습니다.
       
    이태원참사에서 정말 무언가 배운 게 있었다면 12·3 내란사태를 마주한 그의 행동은 달랐을 겁니다. 국회에 투입된 경찰의 철수를 지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 잡는 계엄을 막기 위해 종횡무진 뛴 흔적이 남았어야 합니다. 반복된 방관과 비상시국 소방청에 대한 위법한 지시, 그날 이 전 장관의 내란 가담을 적극적이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항소심은 서울고법에 새로 꾸려진 '내란전담재판부'가 맡아 원심 판단의 적절성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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