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과 입주민의 언어폭력 등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다 분신한 경비원 이모 씨의 노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 분신해 지난달 7일 숨진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1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경비원 이모(53) 씨의 사망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의 우울 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또 이 씨가 2012년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기존 질병(우울증)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업무적으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돼 발생한 것으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간 이 씨의 죽음을 개인적인 요인 때문으로 몰던 입주자대표회의 측 주장과는 달리,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돼 이 씨의 명예가 회복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동희 노무사는 "입주민에게 당한 모욕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중요 요인으로 봤다"며 "경비 노동자의 감정 노동과 이로 인한 자살이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이 씨는 한 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을 견디다 못해 지난 10월 7일 오전 9시 20분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
이후 이 아파트 주민들 중 일부가 평소에도 경비원들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주거나 비인격적인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 씨는 분신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한 달 만인 지난달 7일 결국 숨졌다.
{RELNEWS:right}이 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근로환경이 열악한 동으로 부당하게 이전 당했으며 한 입주민의 욕설과 인간적인 모독 등이 원인이 돼 자살을 시도했다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업무상 사망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신현대아파트 측은 지난달 19일 남은 경비원 100여 명에 대해 한꺼번에 해고를 통지해 경비원들이 반발하는 등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