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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신관치' 논란… 당국 "인사권 행사 당연"(종합)

금융/증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신관치' 논란… 당국 "인사권 행사 당연"(종합)

    • 2014-12-02 14:07

    내정설·외압설·들러리설 꼬리무는 설설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2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며 전격 사퇴하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신(新)관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행장은 전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임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매각 등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 끝에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면서 "이제 저의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회장 취임 때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까지 많은 도움을 준 고객,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애쓴 노동조합, 동고동락한 직원들 덕분에 소수지분 매각 청약률 130%라는 높은 성과를 거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 이순우 "외압 없었다" 부인에도 신관치금융 논란 가열

    우리은행 (자료사진)

     

    이 행장이 연임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로 대표되는 신관치금융 논란은 한층 가열된 전망이다.

    이 행장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사퇴 압력설에 대해 "그런 일 없다"며 부인했지만 논란은 가라 않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의 행장 내정설에 대해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일고 있는 서금회 바람이 우리은행에도 들이닥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이 행장이 압력설을 부인했지만 서금회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는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리銀 행추위, 내정설 잡음… 밀실인사에 들러리 의혹까지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일 오전 2차 회의를 갖고 복수의 차기 행장 심층면접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 대상자에는 내정설이 제기된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과 이동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 3~4명의 복수 후보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우 행장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면접 대상자에서 제외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행추위는 오는 5일 3차 회의를 열고 이날 선정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9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이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으로 선임된다.

    현재 우리은행 행추위는 KB금융그룹 때와는 달리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등에서 이미 차기 행장으로 이광구 부행장을 내정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밀실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내정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에서 행추위가 복수 후보를 내놓음에 따라, 행추위의 행장 선임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행추위가 이미 행장을 결정해놓고 구색 갖추기로 다른 후보를 껴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정설로 거론되고 있는 이광구 부행장은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후 홍콩지점장과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 부행장은 금융권의 서강대 모임인 '서금회' 멤버여서 내정설 배후에 서금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 정부 "우리은행 정부 지분 57.42%… 인사권 행사 당연, KB와 달라"

    금융위원회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금융당국은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관치금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일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이순우 행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순우 행장 연임 포기에 금융위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는 (이순우 행장 퇴진에) 아무런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며 관치금융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정부가 당연히 우리은행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임을 전제한 뒤 "우리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과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KB금융 등의 인사에 개입한다면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57.4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최대주주가 주주권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보험공사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가 있고 금융위도 예보의 최종 감독기관인데 이 문제(우리은행 인사)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강조하며 "인사 대상자(우리은행장 등)가 적격인지 아닌지를 봐야지 정부가 지분을 가진 기관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순우 행장 퇴진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분 절반 이상을 갖고 있고 민영화라는 큰 이슈도 있는데 정부가 (우리은행에 대한) 인사권을 당연히 행사해야지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밝혔다.

    한 달여 전만해도 이 행장은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실패하면서 그에 대한 부담으로 연임 포기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을 진두지휘한 금융위의 책임론이 가장 크지만 최고 책임자인 이 행장도 매각 실패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서강대 금융인회(서금회) 출신이자 이 행장과 가까운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하자 이 행장이 퇴진을 선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금융위로부터 물러날 것을 종용받았고, 서금회가 정권 실세를 통해 정부 고위층을 움직여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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