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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확대 부결...여당서 무더기 '반란표'



국회/정당

    가업상속공제 확대 부결...여당서 무더기 '반란표'

    與, 담뱃세 인상 표결 앞두고 의총 열어 '표 단속'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이 여당의 '반란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일 본회의에 상정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공제한도액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수정안뿐 아니라 정부원안은 부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어렵사리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공제한도액 한도 기준에 대해 합의를 했다. 정부가 내놓은 안은 상속자의 사전 경영기간을 5년, 최대주주 1인 지분 비율 요건은 25%로 정했다.

    상속자의 사전 경영기간을 10년으로 두고 최대주주 1인의 지분비율을 50%로 하는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정부안대로 하면 공제 혜택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여야 간사간 합의를 거쳐 사전 경영기간을 정부안보다 강화된 7년으로 하고, 최대주주 1인 지분 비율 요건도 정부안보다 높은 30%로 정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통과 안돼도 세수 영향 안 미쳐

    여야 간사간 합의가 끝났기 때문에 본회의 처리는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공제 기준이 급격히 완화돼 상속세 법 자체가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에 반대토론자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가업 상속공제제도는 ·기업의 오너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자녀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07년에 이 제도는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 공제한도 1억원으로 시작해, 수차례 변경을 거쳐 작년에는 불과 7년만에 공제한도가 500배 증가했다"며 "가업승계를 아주 쉽게 그리고 대폭적으로 허용해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 시킨 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말만 가업 상속이지 가업을 승계할 준비도 능력도 없는 상속인에게 세금 한 푼 없이 부의 무상이전을 허용하는 상속세 무력화 법안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주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의 대물림에 대해 눈 감아주는 제도는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토론 직후 이어진 표결에서 본회의 재석 262명 중 114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권 40명, 반대 108명으로 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40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정동의안이 본회의에 직행하면 대개 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원안은 자동폐기 되는 데 원안과 수정안 모두 부결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크게 당황했다. 여기서 부수법안 중 하나라도 더 통과가 되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일시 정회에 합의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후 7시54분 정회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은 각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회 후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관영 의원의 논리가 먹혀서 기권을 누른 사람이 꽤 있었던거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발언대에서 "당을 위해 지금까지 헌신해왔다. 그러나 이 법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증여세가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세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이탈표를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속세를 감면하는 부분을 부결시키면 350억원의 세입이 더 들어오게 된다"면서 "지금 당장 350억 정도는 전체 예산 수입 구조를 변경시킬 상황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했다.

    또 표결이 실명제로 이뤄지는 부분도 의원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이더라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반대하는 법안에 실명으로 찬성을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의원 자격으로 표결에 참여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황 부총리의 당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여상규 의원, 이한성·김용남 의원 등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전 원내대표도 반대했다. 현직 당 최고위원인 김태호 의원은 수정동의안엔 찬성했지만 정부 원안에는 반대했다. 세법 주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의 정희수 위원장은 수정안·원안에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새누리 '당론'으로 담뱃세 인상

    상속·증여세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정회 뒤 새누리당은 담뱃세 인상 관련 법도 부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 표 단속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후 바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부수법안을 당론으로 표결해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단 사이에선 "담뱃세 인상안까지 부결되면 원내대표단이 거취를 고민해야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세입과 직결되는 법안이 부결될 경우 여야 합의가 깨진 것과 다름없다는 판단에서다.

    여당 지도부의 표 단속은 즉각 효과를 냈다. 재개된 본회의에서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여당의 이탈표 없이 통과됐다.

    여야가 합의로 제출한 개별소비세법 수정안은 25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8명, 반대 79명, 기권 9명 등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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