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정윤회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라며 문건의 성격을 못박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연거푸 문건 성격을 "일방적 주장,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규정하면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수사를 방해하는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당 문건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통령이 재차 '찌라시'라고 표현한 것은 스스로 청와대의 권위를 깎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해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언론(세계일보)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 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윤회 문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불과 6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사건을 형사부와 특수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만만회를 비롯해서 근거없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진실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들을 혼란시키지 않도록,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당시에도 '근거없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대통령의 표현을 두고 검찰에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문건의 성격을 '찌라시'라고 규정해 한층 톤이 강해졌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이 문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얘기라 그 자체로 검찰에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내용을 보고받고 있는 와중에 수사대상인 문건 진위여부에 대해 '짜리시'라고 하면 검찰에게 '아예 밝히지 말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며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도 "수사 도중에 대통령이 연거푸 문건성격을 규정함으로써 사건 관련 당사자들에게 더이상 얘기하지 말고 입을 닫으라는 신호로 밖에 해석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수사방해 행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통화 기록을 조회해 실제 만남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르면 이번주 초에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을 불러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으로 검찰 수사는 '중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