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유가 뭘까? 아직도 몰라?' 올 시즌 남녀 프로농구 선두 독주 채비를 갖춘 모비스 유재학(오른쪽),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자료사진=KBL, WKBL)
웬만해선 이들을 잡을 팀이 없다.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공백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올 시즌 남녀 프로농구를 접수하고 있는 울산 모비스와 춘천 우리은행이다. 이들은 비시즌 사령탑 부재에도 올 시즌 거침없는 선두 질주를 잇고 있다.
둘은 7일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모비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 원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87-78로 이겼고, 우리은행도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외환과 홈 경기에서 89-78로 낙승했다.
모비스는 최근 3연승을 달리며 19승4패로 1위를 굳게 지켰다. 우리은행은 단일 리그제가 실시된 이후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 행진(11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과연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유재학 "모비스? 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비시즌 내내 대표팀에 차출됐다. 농구 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준비로 거의 반년 동안 팀을 떠나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팀의 중심이자 민완 가드 양동근(33 · 181cm)도 마찬가지였다. 벤치와 코트에서 전술의 핵심이 자리를 비웠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언제 공백이 있었냐는 듯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출발은 불안했다. 올 시즌을 패배로 시작했다. 정규리그 챔피언 창원 LG와 개막전에서 1점 차로 졌다. 올 시즌 돌풍의 팀 고양 오리온스에게도 일격을 당해 초반 5경기 성적이 3승2패였다.
'우리 없어도 잘 나가면 어쩌려고 그래' 모비스는 비시즌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왼쪽)의 공백에도 올 시즌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삼성전에서 유 감독이 양동근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모습.(자료사진=KBL)
그러나 이후 11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초반 양동근이 팀에 녹아드는 과정을 넘기자 특유의 톱니같은 조직력이 맞아돌아갔다. 양동근은 11월 '이달의 선수'에도 올랐다. 2011년 1월 이후 무려 4년여 만이다.
상은 양동근이 받았지만 선수단 모두 이룬 작품이다. 지난 시즌 히트 상품 이대성과 살림꾼 천대현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박종천, 송창용, 박구영, 전준범 등이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최근 "나와 동근이가 빠져 있었지만 모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함께 맞춰온 팀"이라면서 "그동안 해왔던 조직력이 어디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내가 없을 때 잘 지도해온 김재훈 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공이 크다"면서 "최근에는 내가 김 코치에게 작전 등을 물어본다"며 웃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대표팀에서 손발 맞췄어요"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위성우 감독이 비시즌 내내 대표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무패 행진이다.
일단 위 감독은 8일 통화에서 "왜 그렇게 잘 하느냐"고 묻자 "그러게요. 애들이 잘 하네요"라고 웃었다. 모비스와 같은 11연승이다. 이에 대해 위 감독은 "모비스와 유 감독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은행은 그나마 모비스보다 사정이 낫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모비스는 유 감독과 양동근이 빠져 있었지만 우리는 전주원 코치를 비롯해 4명 선수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15연승 가자' 우리은행 선수들이 7일 하나외환을 꺾고 개막 11연승을 확정한 뒤 악수하는 모습.(자료사진=WKBL)
가드 박혜진과 포워드 임영희, 센터 양지희, 강영숙 등이다. 대표팀에서 비시즌 내내 함께 훈련했던 만큼 전술 공백이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다. 위 감독은 "대표팀에서 출전 시간이 적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손발은 맞췄다"고 했다.
그럼에도 모비스와 공통점은 역시 다년 간의 조직력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두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룬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기간 모비스도 2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위 감독은 "박성배 코치도 3시즌째 함께 한 만큼 팀을 잘 조련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연승 기록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또 여자 선수들이라 부담을 더 갖는다"면서 "의도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이 빡빡한 12월이 (선수 수성의) 고비"라고 강조했다.
프로농구의 한 감독은 "모비스처럼 몇 년째 전력이 유지되는 팀이 성적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잘 나가는 집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