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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마초적 여성 리더십의 불행

     

    2014년 세밑에 우리나라의 여성 리더 3명이 세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주지하다시피,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 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까지 묶인 이른바 ‘십상시’ 모임의 실체 여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 동안 보여준 부적절한 인사와 불투명한 국정운영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는 마케팅 경험이 있는 전문경영인으로 서울시가 영입한 첫 여성 CEO다. 그런 박 대표가 사무국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 논란까지 초래하며 퇴진 위기에 몰려 있다. 이윤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조직인 삼성생명 전무 때의 경영스타일을 문화예술조직인 서울시향의 조직문화를 무시하고 곧바로 대입한 데서 빚어진 파열음으로 짐작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대한항공 오너의 큰딸이자 부사장인 조현아 씨가 이른바 ‘땅콩 리턴’ 사태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1등석에 타고 있던 조 씨가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질책하며 여객기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비행기가 탑승구로 되돌아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테러위험이나 기체결함, 위독환자의 발생 같은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도 지시할 수 없다는 비행기 회항 지시를 일개 승객 신분인 조 씨가 기내 서비스 불만족을 이유로 내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자신이 부사장이고 오너라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그러니 ‘오너 3세의 수퍼 갑질’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소통, 참여, 개방’을 21세기에 걸맞은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규정한다. 수직적 리더십, 전제적 리더십, 불통의 리더십으로는 나라든 조직이든 원만하게 이끌어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여성들이 각 분야에 남성들과 동등하게 진출하고, 지도자로 속속 부상하는 이 시대에 여성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마초적’ 남성 리더십의 복사판이 아니다. 유연, 사랑, 배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어머니 리더십, 정교함과 세밀함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마초적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이 이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성공한 여성 지도자인 이들은 한결같이 남성보다 더 마초적인 행태로 국민과 고객, 사원들의 실망과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 모두는 이 시대 바람직한 리더십의 본질과 특성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특히 무서운 기세로 부상하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어때야 하는지 다시 묻고 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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