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유족이 14일 언론에 공개한 유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의 유서가 공개됐다.
최 경위의 유서에는 청와대 외압을 암시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돼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경위 유가족들은 14일 오후 6시 서울 강동구 한 성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 14장 중 8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자신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다"고 몇 번이나 쓴 대목이나 함께 조사를 받던 한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남긴 부분은 검찰수사에 청와대 외압이 작용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부분은 의혹의 진상을 밝힐 것인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최 경위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회사 차원의 문제"라며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자신으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자들에 대한 단상을 남기기도 했다.
최 경위 유족이 14일 언론에 공개한 유서
특히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는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자신과 함께 조사를 받았던 한 경위에게는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며 자신의 가족을 부탁했다.
한편 경찰은 최 경위 사망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리고 시신을 유족에 인계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최 경위는 지난 13일 이천시 설성면 한 도로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경위의 왼쪽 무릎에는 노트에 적은 14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공개된 유서 전문 |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여 주신 것은 감사드립니다.
경찰 생활하며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미다보니 대출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A 기자와 조선일보 B 기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A 기자가 기사로 인해 제가 이번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B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제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C(경위)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A 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C(경위)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C야.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C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C야.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