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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새벽을 깨우는 빵 아저씨의 17년 사랑나눔

    강동주 집사 매일 새벽 5시부터 빵 수거.. 한달에 45곳에 전달


    17년동안 매일같이 제과점에서 빵을 가져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는 한 평신도를 만났다. 그의 봉사활동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하룻동안 봉사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 5일 이른 새벽, 서울 거여동 강동주 집사가 집을 나섰다.

    운전해서 도착한 곳은 문도 열지 않은 강남의 한 제과점. 커다란 봉지를 챙겨 들고 들어가 한 쪽에 쌓아둔 빵을 가득 담아간다.

    서둘러 또 다른 제과점으로 이동한다. 빵을 담는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감사합니다." 빵 봉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오는 강 집사, 걷는 게 아니라 뛰고 있었다.

    그가 매일 새벽 빵을 수거해오는 곳은 분당과 강남, 이태원 등 모두 아홉 곳. 새벽마다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97년 처음 시작할 때는 제과점 한군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홉군데에서 빵을 받아요. 아홉 군데면 지난 해 기준으로 보면 한 13-14억원어치 빵이 나와요. 양도 엄청나죠."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인데, 이런 날 하루 정도는 쉴 수도 있지 않을까.

    "추우면 추운대로, 따뜻하면 따뜻한대로 하는 거예요. 내가 춥다고 움츠리고 빵을 안갖다 주면 빵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어렵잖아요. 그들에게는 이 빵이 주식이더라고요."

    어느새 날이 밝았다. 두 시간여 동안 돌아다니며 모은 빵을 필요한 곳에 그날그날 전달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저소득층이 많은 거여동의 작은 교회인 새비전교회.

    "이 교회 목사님이 여기에 교회를 개척한 것은 독거노인들, 힘든 아이들을 돌보아 주려고 그러신 거예요. 정말 존경합니다." 이 교회에 빵을 전하는 이유다.

    강 집사가 가져다 준 빵은 교인들이 자르고 다듬어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나누어준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이 교회 이한철 권사는 강동주 집사를 산타할아버지와 같다고 말한다.

    "적은 양도 아니고, 정말 필요적절할 때 갖다 주시면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그 말이 불쑥 나와요. 우리교회는 벌써 이 지역에서 소문이 났어요. 이런 집사님이 우리교회를 협력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죠."

    수서경찰서에도 강동주 집사의 빵이 도착했다. 직원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빵을 재분류한다. 이 빵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탈북자 가정에 넉넉한 사랑으로 전해진다.

    강집사와 함께 탈북자 가정을 방문한 박남선 경위(수서경찰서 )는 "2-3년 전부터 빵을 갖다 주시는데, 연중 수시로 나눠주시고, 저희들로서는 상당히 고맙고, 탈북민들도 상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동 복지관과 교도소, 군부대, 선교단체 등 한 달 동안 빵을 나누는 기관은 45곳에 이른다.

    17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10여명의 동역자가 함께 해 나눔이 더욱 풍성해졌다.

    종종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강동주 집사는 영성으로 이겨내고 있다. 빵 나눔은 그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할 평생의 사역이기 때문이다.

    "나의 섬김을 받는 분들이 '예수 믿는 사람은 저런 모습이구나, 참 예수 믿는 사람 모습 좋다' 그런 걸 느껴서 그분들이 예수를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 바람으로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이날 마지막으로 빵을 전해준 곳은 화재로 잿더미가 된 구룡마을이었다. 매 주 두 번씩 찾아왔던 곳이라 그의 마음도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드리는 빵을 맛있게 드시면 그걸로 만족하는 거고요. 이 분들이 빨리 여기서 회복돼서 좋은 잠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강 집사는 빵을 전하고는 다시 서둘러 길을 떠났다.

    그렇게 새벽 5시부터 무려 다섯시간 동안 이뤄진 빵 나눔. 한 사람의 부지런한 헌신으로 이 날 하루 수백 명이 달콤하고 넉넉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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