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에서 8대 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판결 이유를 분석해보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통합진보당(피청구인)의 목적, 활동, 그리고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재판부는 '자주파'인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 구성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과거 민혁당 및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한청 등에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돼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한 세력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북한 관련 문제에서는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무리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석기가 주도한 내란 관련 사건에도 다수 참석했고 이 사건 관련자들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관련해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당의 구체적인 활동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헌재는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이석기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설의 파괴, 무기제조 및 탈취, 통신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석기가 경기동부연합의 수장으로서 지위 및 사건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옹호 및 비호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이 회합은 피청구인의 활동으로 귀속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밖에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들도 "선거제도를 형해화하며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헌재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내란음모 사건을 주된 이유로 삼았다.
헌재는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당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돼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헌재가 사건의 성격을 미리 규정지은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헌재는 '내란 음모'가 아닌 '내란 선동'이라는 항소심의 판결을 의식해서인지 '내란 관련사건'이라고만 뭉뚱그려 표현했으며, RO 조직의 실체에 대해서는 결정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헌재는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은 언제든 그들의 위헌적 목적을 정당의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며 "합법 정당을 가장해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액수의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