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맞으면 뿅 갑니다' LG 제퍼슨이 20일 kt와 경기에서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는 모습(왼쪽)과 신한은행 김단비가 삼성과 경기에서 역전 버저비터를 넣은 뒤 기뻐하는 모습.(오른쪽, 자료사진=KBL, WKBL)
농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버저비터(Buzzer Beater)다. 경기 혹은 쿼터가 끝나는 버저가 울리는 순간 터지는 결승골이다.
그 짜릿한 어감 때문에 최근에는 축구에서도 종료 직전 터지는 골도 버저비터로 부른다. 다만 축구는 골과 동시에 종료 휘슬이 불리는 경우는 드물어 정확하게 버저비터라 부르기는 어렵다. 그만큼 농구의 버저비터가 극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에 버저비터가 잇따라 나오면서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지막까지 팬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즐기고 있다. 20일은 남녀 프로농구 모두 드라마와 같은 경기가 펼쳐졌다.
▲LG 제퍼슨-신한은행 김단비 12일 동시 폭발먼저 테이프를 끊은 것은 남자 프로농구(KBL) 창원 LG-부산 kt의 경기다. 이 경기에서만 3차례의 버저비터가 나왔다.
사실 먼저 분위기를 가져온 팀은 kt였다. 1쿼터 종료 직전 이재도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던진 장거리슛이 림을 가르면서 기세를 올렸다. 이 버저버터로 kt는 24-24, 동점으로 쿼터를 마쳤다. 2쿼터도 전태풍의 페이드 어웨이 슛이 버저와 함께 성공되면서 4점 차 열세를 2점 차로 줄였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LG였다. 91-91로 맞선 종료 7.6초 전. LG는 시종일관 리드를 지켰지만 이광재 등 kt의 끈질긴 추격에 동점을 허용했다. 자칫 승부가 연장으로 갈 수 있던 상황. 해결사 데이본 제퍼슨이 나섰다. 드리블을 치던 제퍼슨은 종료 1초 전 애런 브락의 수비에도 중거리슛을 던졌고, 이게 림을 깨끗하게 통과하면서 짜릿한 결승골이 됐다.
여자 프로농구(WKBL) 인천 신한은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한은행은 용인 삼성과 경기에서 종료 9초 전 1점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게다가 공격권도 삼성이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상대 유승희의 슛이 빗나간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공격에서 김단비가 상대 수비를 제치고 날린 미들슛이 림에 빨려들어가면서 극적으로 웃었다.
▲KBL-WKBL뿐 아니라 NBA도 열광
'지화자, 얼씨구' SK 박상오가 kt와 경기에서 버저비터를 넣고 기뻐하는 모습(왼쪽)과 우리은행 임영희가 신한은행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는 모습.(오른쪽, 자료사진=KBL, WKBL)
이뿐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SK 박상오가 kt와 경기에서 버저비터를 날렸다. 종료 1.2초 전 공격에서 박상오는 김선형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3점슛을 날렸고, 이게 종료 버저와 함께 승부를 갈랐다.
다음 날은 WKBL 디펜딩 챔피언 춘천 우리은행이 드라마를 연출했다. 베테랑 임영희가 신한은행과 경기에서 종료 1.1초 전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밑슛을 넣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종료와 동시에 터지진 않았으되 버저비터나 다름없는 골이었다.
지난달 28일에도 의미 있는 버저비터가 터졌다. KBL 서울 삼성이 고양 오리온스와 경기에서 일궈냈다. 9연패를 달리던 삼성은 1점 차로 뒤진 4쿼터 종료 직전 김동우가 날린 장거리포가 그대로 림을 갈라 10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도 최근 짜릿한 결승골이 종료와 함께 터졌다. LA 클리퍼스 블레이크 그리핀이 지난 9일 피닉스 선스와 경기에서 영웅이 됐다. 종료 2초 전 2점 차로 뒤졌던 클리퍼스는 그리핀이 상대 수비수를 달고 쏜 3점슛이 림을 튕기고 솟구친 뒤 들어가면서 만세를 불렀다. 거부할 수 없는 농구 버저비터의 치명적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