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자료사진)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를 아우르는 원로 지도자 70여명은 22일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모여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열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운동조직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신부, 김성근 목사 등 각계의 원로 지도자들이 참석해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재야 원로들 '국민운동조직 결성' 추진백기완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재가 우리가 피눈물로 쌓아온 민주주의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짓밟고 파괴하려고 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썩은 늪'에 비유하며 민주주의를 집어 삼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창복 6·15 공동선언 남측 실천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헌재가 주장한 정당해산 결정 논리도 허구일뿐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 상실도 불분명한 법적 근거로 밀고 나갔다"며 "이런 현실을 보며 '제 2의 유신이 오는 게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헌재는 완전히 죽었다. 헌법재판소를 국가보안법 재판소로 이름 지어야 할 것 같다"며 "정말 참담하다. 허물어진 진보 진영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분하고 깊이 있는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이해동 "마치 유신시대 환원한 것 같다"이해동 목사(전 국방부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는 "요즘 사회의 증상을 보면 마치 유신시대로 환원한 것 같다"라며 "자기(보수)들에 반대하는 세력이면 종북이라고 몰아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우리가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산 것처럼 착각하는데 사실은 독재 하에서 살고 있다. 기형적인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온 국민이 하나 되는 마음 가짐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원탁회의에 참석한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는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그 가장 무거운 책임은 저한테 있다는 것 잊지 않겠다. 진정으로 사죄드린다"라며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기도 했다.
원탁회의 참석자들은 가칭 '민주쟁취 국민 운동' 같은 국민운동본부 결성해 전국적인 순회 토론회 등을 열 것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활동 방안에 대해서는 4차 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 통진당 지방 비례의원들 헌재 1인시위원탁회의 도중에는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회원이 난입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주최 측에 의해 끌려나오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는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로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의원 6명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통진당 소속 전 의원 4명은 이날부터 24일까지 헌재 앞에서 교대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