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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걸' 섹스 양지로 끌어낸 발칙 당당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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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걸' 섹스 양지로 끌어낸 발칙 당당 굿판

    [노컷 리뷰] 터부 깨는 능동적 여성들…배우들 빛낸 연출력 돋보여

     

    조여정 클라라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 제작 홍필름·수필름)은 발칙하고 뻔뻔하다.

    이 질펀한 굿판을 보면서 한바탕 웃어 젖히는 와중에 관객들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섹스가, 먹고 자고 입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조건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남편 강성(김태우)과의 섹스보다 일에서 더 큰 쾌감을 느끼는 국내 최대 완구 기업 마케팅 과장 보희(조여정). 그녀는 승진이 걸린 중요한 발표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해고 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남편의 이별통보 메시지를 받는다.

    이때 보희 앞에 나타난 조그마한 성인용품숍 주인 난희(클라라). 오르가즘을 느껴 봤냐, 아니냐로 여성의 삶의 질을 구분하는 그녀는 성에 개방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가족·연인에게 입은 상처 탓에 마음의 문을 쉽게 못 연다.

    그렇게 벼랑 끝에서 만난 둘은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된 뒤 자매애를 쌓아가고, 곧 문을 닫아야 할 판인 난희의 성인용품숍을 일으키고자 은밀한 동업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성에 대한 은유로 넘쳐난다. '백보희' '오난희' '구강성' '포경수' 등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재밌는 성 탐구는 단순히 은유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위 높은 성 관련 묘사에 임하는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은 당당하고 거침없다. 워킹걸이라는 신명나는 굿판에서 마음껏 뛰노는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다.

    워킹걸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하는 여성의 삶을 코미디라는 큰 틀 안에서 흥미롭게 들여다본다. 그 안에서 섹스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일만큼이나 우리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리라.

    영화 '워킹걸'의 한 장면. (사진=홍필름·수필름 제공)

     

    집보다 일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대의 도시인들이 갖는 일에 대한 뉘앙스는 다소 부정적이다. 고도로 시스템화 한 이 시대의 일터가 일꾼 한 명 한 명을, 부속품 한 개 한 개로 취급하는 까닭은 아닐까.

    섹스가 응달에서 유통되는 은밀한 상품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전히 성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된 남성 중심의 현실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라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게 만든다.

    그렇게 약자는 강자의 시선으로 재단되고, 극중 난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 어린 남성적 시선이라는 결과물로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일도, 섹스도 강자들이 권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쪽으로 향하게 되는 셈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사회적으로 금기시 돼 온 섹스 영역을 당당한 일터로 만들어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워킹걸은 그래서 반사회적이고 반남성적이다. 워킹걸을 여성성이 강한 영화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형호 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영화는 '과정 중심'의 여성성 강한 이야기와 '결과 중심'의 남성성 강한 이야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과정 중심의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관객들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면면이 부각된다.

    반면 결과 중심의 영화는 마지막 반전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극중 배우가 잊히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인지도와 선호도를 갖춘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워킹걸에서 배우 한 명 한 명이 빛을 발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고경표는 웃음 소리 하나로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내며, 김태우는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푼수 연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조여정과 클라라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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