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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생존 선원 "조난 대응 미숙이 침몰 원인"

부산

    오룡호 생존 선원 "조난 대응 미숙이 침몰 원인"

    선원 자격 및 '조난 대처' 미숙 연관성 수사에 집중

    1일 오후 4시쯤 러시아 서 베링 해에서 침몰한 오룡501호의 출항 전 모습 (자료사진)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오룡호가 침몰한 결정적인 원인은 '조난 대응 미숙'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30일 오전 10시 20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입국한 오룡호 생존 선원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양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국적의 생존 선원 6명이 오룡호의 침몰 원인을 갑판에 있던 '어획물 분리실 덮개 개방'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생존 선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룡호는 피항 길에 오르기 전, 잡아올린 어획물을 넣기 위해 배 뒷부분에 있는 어획물 분리실(피쉬본드)의 덮개를 열어놓은 상태였다.

    바다에 있던 그물을 끌어올려 분리실에 넣으려던 순간 4m가 넘는 파고가 수차례 배를 덮쳤고, 열려있던 덮개 사이로 다량의 바닷물이 유입됐다.

    어획물 분리실에 해수가 차오르자 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획물 분리실과 처리실을 막고 있던 나무 칸막이가 파손됐고, 이 틈으로 어획물 처리실까지 해수가 흘러들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오룡호 선미 부분의 어획물 분리실(피쉬본드)부터 중간 부분 어획물 처리실까지 약 115㎡가 침수되면서 자체 복원력을 상실했다. (자료제공=부산해양경비안전서)

     

    어획물만 들어가야 할 처리실에 바닷물이 함께 유입되면서 양쪽에 있던 배수구가 막혀 배에는 해수가 가득 찬 상태였고, 왼쪽에서 파도를 맞은 오룡호는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양서는 설명했다.

    선원들은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어획물을 분리실에 넣기 위해 덮개를 열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진술했다.

    위급한 상황인 만큼 끌어올린 그물을 그대로 갑판에 두고 피항할 수 있었지만, 무리하게 덮개를 열어 잡은 어획물을 분리실에 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생존 선원들은 이후 배를 복원하는 과정도 미숙했다고 주장했다.

    선원들은 배수구가 막히면서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자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오른쪽에 있던 연료와 어획물을 모두 왼쪽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되려 배의 무게가 왼쪽으로 쏠려 복원력을 잃은 상황에서 큰 파도가 덮치자 오룡호는 왼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고, 결국 그대로 침몰했다는 주장이다.

    해양서의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배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료 등을 모두 바다에 버리는 게 기본적인 대처"라며 "반대쪽에 무게가 집중된 상태에서 큰 파도를 맞자 결국 복원력을 잃고 좌현으로 침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원들의 퇴선 과정에서도 미흡했던 점이 드러났다.

    생존 선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오룡호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퇴선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침몰하기 불과 40여 분 전에서야 오룡호 선원들은 갑판에 모여 퇴선을 준비했다.

    하지만 방한복은커녕 구명 뗏목에도 제대로 타지 않은 상태였고, 대다수 선원이 파도에 휩쓸리거나 구명 뗏목을 놓친 채 바다로 떨어졌다.

    {RELNEWS:right}결국, 러시아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갑판에 미리 뗏목을 펼쳐놓았던 7명만 살아남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해양서는 오룡호에 탔던 선원들이 대부분 선원 자격에 미달했거나 미공인 상태였던 점과 조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점의 연관성에 수사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부산해양서 이현철 계장은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점이나 퇴선 과정이 모두 생존자의 진술로 미뤄 추정한 것"이라며 "선원 자격 미달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수사를 확대해 밝혀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서는 이와 관련해 선사인 사조 산업의 선원 관리 담당자 2명을 입건했으며, 그 밖의 사조산업 직원과 관계 기관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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