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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의혹만 남긴 청와대 문건 수사

    • 2015-01-05 18:53

     

    검찰이 한 달 넘는 수사 끝에 정윤회씨와 십상시 모임의 실체가 없고, 문건이 허위라고 공식적으로 결론내렸다.

    정윤회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설 또한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경찰 2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를 매듭지었다.

    지난해 말 한달 넘게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결론치고는 허탈하다 할 정도의 내용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허위 내용의 청와대 문건을 밖으로 빼돌린 이유에 대해 검찰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최 경위가 자살한 사건의 의혹도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십상시 모임의 실제 여부나 미행설이 사실인가 여부를 넘어서 비선실세가 실제 존재하는지와 이들이 국정에 관여했는지를 밝히는데 있었다.

    검찰이 십상시라는 모임이 존재하지 않았고 미행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비선실세 존재여부와 이들의 국정개입여부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밝히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의혹의 핵심인 정씨에 대해 압수수색은 물론 휴대전화 임의제출 등 강제적인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정씨가 비선 실세 행세를 하며 승마협회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못했다.

    당초 검찰의 수사가 비선실세의 존재여부보다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에 집중돼있었기 때문에 예정된 결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관련된 사안인만큼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1일 “루머”,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고 지난달 7일에도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됐다며 특검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대로 이번 사건이 찌라시 같은 허위 내용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 할지라도 이같은 의혹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비선실세가 존재한다는 의혹은 여당 내에서조차 제기됐던 문제다.

    비록 십상시 모임이 존재하지 않았고 미행설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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