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된다면 '티볼리' 1호 고객이 되고 싶다"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김의성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연대의 뜻을 전했다.
김의성은 6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만 된다면 쌍용차가 사운을 걸고 출시하는 신차 '티볼리'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티볼리'는 외관이 예뻐 고객들이 사랑할만한 신차"라면서 "해고로 고통을 받았던 노동자들이 복직해서 함께 신차를 만들면 국민에게서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티볼리가 구매운동과 불매운동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지적했다.
김의성은 "나처럼 이렇게 없던 수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주위에서 티볼리 산다고 하면 '야,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눈 깜짝 안 하는 회사 차를 굳이 사야 해?'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배우로서 사회·정치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물꼬를 트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의성(출처=김의성 트위터)
다음은 배우 김의성과의 일문일답.
-. 날씨가 추운데 지난달 15일부터 광화문에서 1인 시위 중이다.
"할 만하다"
-. 해고자가 복직된다면 티볼리를 구매하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데…
"티볼리는 쌍용차가 사운을 걸고 출시하는 신차로 알고 있다. 차가 예뻐 사랑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해고로 고통을 겪었던 노동자들이 복직해서 함께 만들면 의미도 있고 국민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효리 씨가 양보하면 티볼리 1호 고객이 되고 싶다. (웃음) 내 주변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해고자 복직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야,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눈 깜짝 안 하는 회사 차를 굳이 사야 해?'하며 말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해고자가 조속히 복직해 신차 출시가 쌍용차의 잔칫날이 됐을 면 좋겠다. 쌍용차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오는 11일로 예정된 '굴뚝데이' 행사에 대중의 관심이 많다.
"트위터상의 반응이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많은 분이 호응을 해주고 계신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떨치고 많은 분이 용기를 내 나서겠다고 하신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시대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방식은 꼭 큰 광장에 모여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방 컴퓨터 앞에서나 내 집 앞에서도 가능하다. 멀리서 손잡고 연대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 곳에 만 명이 모여도 좋지만 100명이 100곳에서 모일 수도 있다."
(굴뚝데이는 오는 11일 일요일 12시에 집에서 가까운 기차역이나 전철역 앞에서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굴뚝 농성을 지지하는 행사다)
-. 굴뚝데이에 본인은 어디로 가나?
"오는 9일과 10일 부산에서 영화촬영이 있다. 일찍 촬영이 끝나면 서울역으로 갈 거고 촬영이 늦어지면 아마 부산역으로 갈 것 같다. 손팻말을 미리 준비해서 부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웃음)"
굴뚝농성 중인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장인, 장모와 함께 한 가수 이효리
-. 이효리 씨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이효리 씨를 보면 너무 멋있고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큰 목소리나 강한 구호 없이 자신의 의사를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방식으로 잘 전달한다. '해고됐던 분들이 복직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를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말이나 '굴뚝 위 남자인 이창근 씨의 장인, 장모님과 새벽에 요가를 한다'는 발상이나 나로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즐겁고 유쾌한 발상이었다.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분이다."
-. 배우 최민수 씨의 MBC 연기대상 수상거부 소감을 접했을 때는 어땠나?
"최민수 선배님이 용기 있게 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민수 선배님이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셔서 말씀하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 자리에 대한 배려때문이었을 것이다. 생방송 중이었고 누군가의 잔치인데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깊은 배려가 있었다고 본다. 사실 우리 배우나 가수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은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기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지난 MB정부시절 피해를 본 분들의 이야기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어느 쪽 입장이던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토론의 물고를 트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 할 말은 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솔직히 부담스럽다. '캐스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걱정도 있다.
아마 영화보다 방송 쪽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기쁘게 감수하겠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펼치면 그런 생각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중인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굴뚝에서 바라본 해돋이. 이창근 제공
-. 고공농성 중인 이창근 쌍용차노조 정책기획실장과는 각별한 사이라던데…
"재작년 쌍용차 노조원들이 고공농성을 벌일 때 개인적으로 '남쪽으로 튀어'와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등 소설 두 권을 읽은 것을 녹음해 이창근 씨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농성장에서 밤에 들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친해졌고 이후 만나서 술도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됐다.
-.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 역으로 열연한 것이 아직도 인상 깊다. 어땠나?
"얼떨결에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다. 기회를 주신 한재림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영화 '관상'은 촬영하면서 고생도 했지만 재밌게 찍었다. 송강호라는 좋은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한 것도 잊지못할 추억이다. 결과도 생각보다 잘 나와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