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청와대가 문건유출 파동 배후논란의 당사자인 음종환 행정관에 대한 면직 처리와 별개로 사실 관계를 공식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경위 파악 요구 등 이번 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이후 정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해이한 청와대 공직기강의 면면이 연일 노출되면서, 청와대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조치 등 쇄신의 폭이 더욱 커지고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오후 "음종환 행정관이 정홍원 국무총리 전결로 면직처리됐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이어 "음행정관에 대한 면직 처리 결과와는 별개로 (문건유출 파동의 배후 논란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최종 확인 작업이 끝나면 발표할 것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 배후 논란이 언론에 알려지자마자 전일 당사자인 음종환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한데 이어 하루 만에 면직 처리를 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나서는 상황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언고 당청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파문 확산을 신속히 차단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문건 유출 파동의 배후로 지목된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유승민 의원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지난 8일 경위 파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실 감찰팀을 가동하는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건 유출 배후와 관련된 얘기를 김무성 대표에게 전한 이준석씨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내부 직원들의 해명만 듣고 유야무야 끝났다.
안비서관은 "음 행정관에게 알아보니 자기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한다"고 회신했다는 것이 유 의원의 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 (사진=뉴스웨이 제공)
이후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가 카메라에 찍혔고, 결국 메모에 거론된 이니셜 K,Y의 인물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이며, 지난달 18일 음행정관과 이준석씨 등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로 확인됐다.
그 다음 상황은 바로 현재 목도하고 있는 바, 음종환 이준석 씨 등 당사자들의 '진흙탕 속 진실게임'이다.
음 행정관은 이른바 십상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핵심 참모임에도 각종 구설에 올라 청와대의 해이한 공직기강을 그대로 노출했고,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새누리당의 차세대 리더로 꼽혔던 이준석 전 비대의원도 경솔한 처신으로 참신한 이미지를 구기게 됐다.
단순히 음 행정관과 이 전 비대위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전체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공직기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에서 농축산, 해양수산, 주거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올해를 새 출발의 '원년'으로 만들자는 다짐과 괴리가 있음을 물론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조치 등 쇄신의 규모가 더 커지고 시기도 다음 달 설 전후로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