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21일 창원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이 올해 역점시책으로 공언한 창원광역시 승격에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홍 지사는 이날 안 시장과 나란히 도정·시정보고회에 참석, 한 지역인사의 질문을 받고 "창원시가 광역시로 가겠다는 의지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도지사로서 창원시가 떨어져나가겠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있나"라며 안 시장의 광역시 승격 준비에 완곡하지만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반대한다"란 표현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사례, 절차 등을 거론하며 광역시 승격이 어려울 것이란 뉘앙스의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홍 지사는 "과거에는 직할시(현재의 광역시) 승격이 쉬웠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지방자치시대라서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의결, 도지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론했다.
그는 "울산시가 광역시가 된 것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공약이었을뿐만 아니라 울산출신이면서 당시 정권의 2인자였던 최형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창원시가 광역시로 가려면 창원시민뿐만 아니라 경남도민들도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창원시민들이 찬성하더라도 경남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다른 시·군 주민들이 동의해주겠나"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홍 지사는 "부산과 울산이 경남에서 떨어져나갔다"며 "창원까지 3개가 떨어져 나가면 경남도가 존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창원시 입장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지사는 대신 "창원시는 광역시로 가기보다는 통합시로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창원국가산단 구조고도화,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추진, 마산 로봇랜드 조성 등 창원시가 내실을 다지도록 돕고 있다"며 은근히 자신이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사업이 창원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보고회 인사말에서는 "창원시의 발전이 경남의 발전이다. 창원시와 경남도는 분리해서도 안되고 분리할 수도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안상수 시장은 "홍준표 지사 재임동안에 광역시가 된다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며 "홍 지사의 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꿈은 이뤄진다. 대통령 공약에 (광역시 승격이) 들어가서 대통령이 약속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홍 지사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가 쓸 새야구장 위치를 진해구 옛 육군대학 부지에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변경한데 대해 찬성하면서도 건립비용 도비 200억원 지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진해구 야구장은 정책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야구장 때문에 시장님이 봉변을 당했지만 옮긴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부채를 갚느라고 정신이 없다. 창원시는 부자다"며 "(도비 200억원을) 준다고 단정못한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안상수 시장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앙숙'이라는 말은 옛날 당대표 선거할 때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라며 "시장님을 제가 잘 모시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