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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단속원 "아내 알면 큰일난다며 봐달라 사정도…"

사회 일반

    금연단속원 "아내 알면 큰일난다며 봐달라 사정도…"

    "단속 걸려 도망치면 시민들이 붙잡아줘"

     


    - 무슨 권리로 금연 단속이냐며 욕설 빈번
    - 담배연기 걱정 없이 누비는 광장 유모차에 보람
    - 갈수록 길거리 흡연 제보도 많아져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오인숙 (금연단속원)

    요즘 서울 서초구의 터미널 근처 보행로에 가보면요. 파란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이 하시는 일, 담배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인데. 서울 서초구의 금연구역 일대에서 매일 진행되는 금연구역 단속 얘기입니다. 새해부터 음식점과 카페에서도 흡연이 금지되면서 금연구역에 대한 관심 높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거리 자체가 아예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이 금연구역을 순찰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합니다. 담뱃값과 금연이 이슈가 된 2015년 1월, 금연 거리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화제의 인터뷰. 금연단속 베테랑이십니다. 오인숙 서초구청 금연단속원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인숙>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도 단속 나가시겠네요?

    ◆ 오인숙> 네, 단속 나갑니다.

    ◇ 박재홍> 오늘은 어느 쪽으로 나갑니까?

    ◆ 오인숙> 남부터미널역과 그 주변에 금연빌딩구역에서 근무합니다.

    ◇ 박재홍> 굉장히 수고가 많으실 텐데. 어떤 사람이 서초구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걸 딱 발견하시면 그다음에 어떻게 단속을 하시는 거예요?

    ◆ 오인숙> 일단 목격이 되면 다가가서 촬영을 하고 “실례합니다, 귀하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셨으므로 국민건강증진법 34조에 의해서 과태료 대상이십니다, 과태료 부과를 위해서 신분증 제시 바랍니다.” 라고 말씀드리죠.

    ◇ 박재홍> 지금 저를 단속하시는 것 같은데. (웃음) 그렇게 단속하시다가 말하는 중간에 도망 가기도 할 것 같은데요? 너무 길게 말씀을 하셔가지고..

    ◆ 오인숙> 처음부터 도망가시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도망가도 소용이 없는 거 아닌가요? 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에요. 그분이 담배를 피우셨단 증거로 남는 거 아닌가요?

    ◆ 오인숙> 남죠, 또, 다른 시민들이 도망가시는 분들이 도망을 못 가게 막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 박재홍> 그래요?

    ◆ 오인숙> 그럼요, 저희가 막 달려만 간다는 게 아니고요. 주변에서 도망가면 그분들을 잡아요, 같이. 붙들어주셔요.

    ◇ 박재홍> 아, 주변에서.

    ◆ 오인숙> 그럼요, 주변에서. 저희가 어떻게 다 모든 것을 커버 못하죠. 시민들의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리고 “저쪽에서도 흡연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제보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 박재홍> 그렇게 해서 금연거리구역이 계도가 잘 되고 있다.

    ◆ 오인숙> 네, 맞습니다.

    ◇ 박재홍> 2인 1조로 하시는 거죠, 그 단속을.

    ◆ 오인숙> 네, 맞습니다. 2인 1조예요.

    ◇ 박재홍> 금연단속원들 사이에서는 단속되는 분들이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분들인가요?

    ◆ 오인숙> 4가지, 3가지. 유형별로 얘기하면 좀 그렇기는 한데요. 보통의 흡연자분들이 “조금 전에 다른 사람들이 흡연을 했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고 흡연을 했다” 핑계대시는 경우도 있고요.

    ◇ 박재홍>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 오인숙> 그랬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모르고 흡연을 했으니 한 번만 봐달라” 또는 “이 지역 사는 사람이 아니고 오랜만에 왔으니까 눈 감아달라. 또 내가 담배를 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마누라가 알면 큰일난다, 또 경고도 없이 단속하는 게 어디 있느냐” 하고 읍소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또 다른 경우는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책임을 지는데, 바쁜 사람을 붙들고 그렇게 할 일이 없냐” 화를 내고 욕설을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단속원들을 밀치면서 막 막무가내로 경찰을 불러달라. 그러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흡연을 해서 정말 미안하다, 습관적으로 피웠다 또는 법을 어겼으니 과태료 부과는 수긍하겠다, 나도 흡연자지만 담배연기는 싫더라”라고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게다가 또 “추운데 고생이 많다. 단속원들 덕분에 담배연기가 없어져서 거리가 걷기에 쾌적하다” 라는 시민의 응원과 격려가 우리에게는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가장 힘들었던 단속은 어떤 단속이었습니까?

    ◆ 오인숙> 야간단속에 있었던 일이에요. 금연구역 내에서 남성분이 벤치에 앉아서 흡연을 하고 있는 걸 목격하고 제가 단속을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어떤 여성분이 막 뛰어오면서 큰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막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금연구역 내에서 저분이 흡연을 하고 계셔서 단속을 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더니, 갑자기 그 여성분이 다짜고짜 막 밀치면서 “당신들이 뭔데 담배를 피우라, 마라 하느냐고 단속은 무슨 단속이냐”고, 심한 욕설까지 막 하면서 경찰서로 가자고 억지를 쓰시는 거예요.

    ◇ 박재홍> 그래서 어떻게 대처를 하셨어요, 경찰서까지 직접 가신 겁니까?

    ◆ 오인숙>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아내분이 뭔가 불만이 있으니까 저한테 심하게 대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불만을 들어주죠. 본인이 토로를 하면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으니까요. 그래서 잠시 기다렸다가 그분이 진정이 좀 되면, 그때 저희가 간접흡연 피해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단속을 진행을 하게 되죠.

    ◇ 박재홍> 흡연에 대해서 계도하는 큰일을 하고 계시네요.

    ◆ 오인숙>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고요.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선생님 가족들 중에, 혹은 남편께서 금연하세요?

    ◆ 오인숙> 금연했죠. 제가 지금 단속원인데 금연을 안 하면 되겠습니까? 밖에 나가서 일하고 있는데, 안에서는 당연히 금연이죠.

    ◇ 박재홍> (웃음) 집 안에서 단속을 하시다가 밖으로 나가서까지 단속을 하시는 거네요.

    ◆ 오인숙> (웃음) 예. 그렇게 됐네요.

    ◇ 박재홍> (웃음) 힘들 때도 많으시지만, 그래도 보람되고 뿌듯할 때도 있으시겠습니까?

    ◆ 오인숙> 그렇죠, “그전에는 담배연기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못 나왔는데 덕분에 아이들 데리고 나와서 산책도 한다”고 말씀들 하세요. 그리고 푸드코너 같은데서 음식 사오거나 집에서 가지고 나와서 같이 가족끼리 먹는 모습도 보는데요 저희가 공휴일날도 근무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고 힘든 것도 사라집니다..

    ◇ 박재홍> 어제,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셨다고 했는데, 일주일에 몇 번 근무하시는 겁니까?

    ◆ 오인숙> 저희가 주 5일 근무하는데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격주로 돌아가면서 쉬고, 평일은 하루 쉬는 근무일정표가 나와요. 근무일정표대로 저희가 근무를 하는 거죠.

    ◇ 박재홍> 마지막으로 방송들으시는 청취자들께 금연거리에서, 혹시 만날 흡연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면요.

    ◆ 오인숙> 금연구역 내에는요, 금연 플래카드, 금연 스티커, 금연 바닥재. 이런 표시가 많이 부착돼 있어요. 주변을 잘 둘러보시면 보이실 거에요. 또 반드시 지정된 흡연장소에서 흡연을 해 주십사하고 부탁을 드립니다. 또 한 가지 단속원으로서 더 욕심을 낸다면요. 건강을 위해서 금연 또는 흡연량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신다면 더 감사드리고요. (웃음)

    ◇ 박재홍> 국민의 건강을 지키시는 분이시군요.

    ◆ 오인숙>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인숙>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금연단속 베테랑이세요. 서울 서초구청의 오인숙 금연단속원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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