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7만6385명의 관중이 찾아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시드니(호주)=오해원기자
비록 한국과 호주로 응원하는 팀은 달랐고, 결과도 달랐지만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축구였다.
한국과 호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31일(한국시각) 호주 최대의 도시 시드니는 아침부터 시내가 축구 열기로 들썩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호주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거나 얼굴에 노란색과 녹색을 칠한 이들이 가득했다.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센트럴역은 완전히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호주 축구대표팀을 상징하는 노란색, 혹은 녹색 유니폼을 입은 현지 축구팬들은 기차를 타기 전부터 응원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드니에서도 많은 한인 교민이 거주하는 스트라스필드역에 기차가 정차했고,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교민들이 기차에 탑승하자 호주 팬들은 야유를 보내며 기차의 벽을 두드리고 노래를 불렀다. 이 장면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즐거운 놀이의 한 장면으로 느껴졌다. 교민들도 호주인들의 응원에 웃으며 화답했다.
기차에서 한바탕 호주 축구팬의 즐거운 응원을 경험하고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로 연결되는 올림픽 파크 역에 내리자 엄청난 호주 팬과 만날 수 있었다. 이민자의 나라답게 백인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주한 이들이 하나같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호주(Australia)’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웨어 오지! 웨어 오지! 웨어 오지 올 라잇 히어!(Where Aussie! Where Aussie! Where Aussie! All right Here!)”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며 마치 행군하는 군인처럼 경기장을 향해 이동했다. 휴일을 맞아 가족,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호주 축구팬들에게는 아시안컵 결승전이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있는 듯했다.
8만3500석의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호주 팬들만 찾은 것은 아니다.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은 비록 수적으로는 적었지만 붉은색의 옷을 갖춰 입고 노란색이 대부분인 호주 팬들과 열띤 응원대결을 펼쳤다.
경기장을 꽉 채운 7만6385명의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와 함성으로 들썩였다. 기선제압에 나선 것은 한국응원단. 23명의 붉은 악마가 1만명 가량 찾은 한국 응원단과 함께 경기 시작 전부터 4박자 “대!한민국” 응원 구호를 외치며 단체응원을 펼쳐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엄청난 환호와 야유가 거듭되던 전반 45분. 호주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스윈던 타운)의 중거리슛 선제골이 터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체응원에 소극적이었던 호주 응원단이 깨어났다. 경기장의 다수인 호주 응원단은 짧은 응원 구호인 “올레(Ole)”를 쏟아내며 선제골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며 호주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던 경기는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손흥민(레버쿠젠)의 동점골로 다시 양상이 바뀌었다. 손흥민의 골에 경기장에는 다시 한 번 대형 태극기가 등장했고, 1만여명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이 때부터 양 팀 응원단의 엄청난 응원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결국 웃은 것은 호주였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에 제임스 트로이시(쥘테 바레헴)의 결승골이 터졌다. 호주의 골이 터지자 한국 응원단은 더 큰 목소리로 응원했고, 연장 후반의 추가시간 1분을 알리는 대기심의 신호에 마지막 열정을 모두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