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주 아시안컵을 치르며 5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박주호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한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호주와 결승전에서 아쉬운 패배로 이어졌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인 승부수는 성공했다. 하지만 55년 만의 아시아 챔피언 등극은 끝내 실패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1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 박주호(마인츠)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주호는 오만과 조별예선 1차전부터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파트너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포지션에 변화를 줘도 수비형 미드필더 두 자리는 기성용과 박주호로 고정했다. 하지만 호주와 결승에서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이근호(엘 자이시)가 아닌 박주호가 배치됐다.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유는 호주의 활발한 측면 공격을 저지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강력한 의지였다.
호주는 조별예선 3경기와 8강, 준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147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비록 성공률은 27.2%로 높지 않았지만 시도 자체는 16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나 한교원(전북)보다 수비력이 좋은 박주호를 활용해 호주의 활발한 측면 공격을 저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공격 가담이 활발한 손흥민이 자기 위치를 벗어날 경우 균형적인 포메이션 유지를 위해서도 반대편 측면에서는 수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서도 박주호의 깜짝 변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김진수(호펜하임)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박주호가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도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승부수를 던진 또 하나의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깜짝 포메이션으로 던진 승부수는 소기의 목적 달성은 성공했다. 박주호의 왼쪽 측면 공격수 기용으로 호주의 왼쪽 측면 수비수 제이슨 데이비슨(웨스트브로미치)의 공격 가담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드필더 마크 밀리건(멜버른 빅토리)역시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축구는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골이 필요한 종목이다. 수비만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박주호는 계속해서 공격에 가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8분 남태희(레퀴야)를 빼고 이근호를 교체 투입한 데 이어 후반 26분에는 박주호까지 빼고 한국영(카타르SC)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기성용이 전진 배치돼 뒤늦게 공격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