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 붙박이 오른쪽 날개로 활약했던 이청용(오른쪽)은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오른쪽 정강이 미세골절 부상을 당해 55년 만의 '아시아 챔피언' 도전을 중도 포기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호’의 마지막 한 경기는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를 위해 싸워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개최국 호주와 2015 호주 아시안컵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것은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마지막 우승은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 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동안 철저하게 아시안컵은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아쉬움을 씻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출전한 첫 주요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무실점 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해 우승 트로피를 들기까지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부상 선수가 많았고, 어린 선수가 많아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에 우리가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 많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말처럼 ‘슈틸리케호’의 결승 진출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55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차두리(서울)를 위해 한국 축구가 55년 만의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대회의 우승은 비단 차두리에게만 헌정될 결과가 아니다. 부상으로 대회에서 중도 이탈한 이청용과 구자철을 위해서도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슈틸리케호'의 멀티 플레이어 구자철은 개최국 호주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을 당해 중도 귀국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청용은 오만과 조별예선 1차전이 이번 대회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과거 한차례 큰 부상을 당했던 오른쪽 정강이에 미세 골절을 당한 이청용은 결국 한 경기 만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구자철 역시 대회 전 부침은 있었지만 분명 ‘슈틸리케호’에 핵심선수였고, 호주와 조별예선 3차전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의 부상은 ‘슈틸리케호’에 분명한 악재였다.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의 붙박이 주전이었고, 구자철 역시 공격진의 모든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전 선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중도 귀국은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 동료들이 더욱 힘을 내도록 했던 기폭제가 됐다.
비록 몸은 대표팀에서 떠났지만 이청용과 구자철은 여전히 동료들과 함께 아시안컵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가 함께 사용하는 스마트폰 단체 메신저를 통해 매 경기를 전후해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