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이 끝나고 손흥민에게 팀내 최고인 평점 8점을 부여하면서 "그는 아마도 결승전에 뛴 선수들 가운데 가장 재능이 뛰어난 선수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언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벌어진 다섯 가지의 주요 순간을 되짚으면서 첫 번째로 손흥민의 전반전 활약을 꼽았다. 손흥민이 때린 두 차례 슈팅이 아깝게 골문을 빗나간 것을 두고 "(2번의 슈팅 이후에도) 0-0 스코어가 유지된 것은 개최국에게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남긴 임팩트는 강렬했고 여운은 진했다. 손흥민의 플레이에 아시아가 주목했다. 바야흐로 한국 축구는 물론이고 아시아 축구 역시 이제는 손흥민의 시대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었다. 평범한 골은 없었다. 손흥민은 마치 반전극의 연출자이자 전율을 일으키는 마법사 같았다. 모든 골이 극적이었고 놀라운 짜릿함을 선사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승부차기를 가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그만큼 치열했고 팽팽했다. 그 순간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연장전에서만 2골을 몰아넣었다.
호주전 동점골은 결승전 승패를 떠나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0-1로 뒤진 채 후반 추가시간에 접어들었고 승부를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손흥민의 왼발이 7만명이 넘는 호주 팬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기억하는가. 한때 손흥민에게는 독일 소속팀에서는 잘해도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부진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3년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한 평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
손흥민은 성장했다. 위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2013년 3월 카타르와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홈 경기 때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그의 결승골이 없었다면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골득실 +1 차로 직행 티켓을 땄다). 잊고 싶은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에서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잠시나마 축구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선수 역시 손흥민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감독 공식 부임을 앞두고 "손흥민은 자신의 힘으로 세계적인 클럽 레버쿠젠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손흥민 같은 선수를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사진 = 레버쿠젠 구단 트위터 캡처)
실력에 매너도 갖췄다.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세바스챤 하셋 기자는 결승전이 끝나고 호주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 경기 중 부상을 당한 레버쿠젠 팀 동료 로비 크루스에 위로를 건네는 손흥민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이 장면을 보고 가장 뭉클했을 레버쿠젠 구단은 리트윗을 통해 감동적인 순간을 널리 알렸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프라이드이자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