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따라 현대제철을 포함한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은 협력업체들에게 동부특수강에서 제조한 물품만 구매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
◇ 공정위,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하면 경쟁제한 우려"
공정위는 현대제철이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현대하이스코와 함게 동부특수강의 주식을 취득하는 건이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동부특수강은 볼트와 너트 등의 원재료가 되는 'CHQ Wire'와 차량 샤프트 등에 쓰이는 'CD Bar' 등 특수강을 생산하는 업체로, 세아특수강과 시장을 분점해 두 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도다.
또 CHQ Wire와 CD Bar 등 특수강으로 볼트와 너트, 샤프트 등을 만들고 있는 제조사들은 특히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현대기아차 그룹은 원료에서부터 최종 완성차까지 공정을 수직계열화해서, CHQ Wire와 CD Bar 등 특수강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에따라, 현대차 그룹이 협력업체인 파스너(볼트, 너트)와 샤프트 업체에게 동부특수강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 자동차 부품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하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동부 특수강만 참여시키는 등 비계열 회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거래과정이나 공동개발과정에서 취득한 경쟁사 정보를 계열사간에 공유하는 것도 금지했다.
아울러 이같은 시정조치를 잘 이행하는지 여부를 감시할 이행감시협의회를 설치하고, 현대제철이 특수강 원료를 생산하는 날로부터 3년 동안 이행감시결과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 기업결합 계약체결 전에 사전 심사
한편, 이번 기업결합 건에 대한 심사는 '임의적 사전심사' 청구에 따라, 실제로 기업결합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심사가 시작된 점이 특징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0월 31일, KDB 시그마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와 MOU를 체결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뒤 사흘만에 공정위에 임의적 사전심사 청구를 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주식 10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전심사 청구로부터 25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28일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인수건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임의적 사전심사를 통해 공정위가 면밀히 심사하면서도 신속하게 기업결합 심사를 할 수 있어, 기업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가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