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상인 6명은 조합원 자격으로 자금을 출자해 '나눔슈퍼마켓협동조합' 울산 지역 처음으로 결성했다. 나눔마켓 1호점 개장 준비를 하고 있는 정종삼 나눔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공세에 위축된 골목상권을 되찾기 위해 영세한 동네 슈퍼들이 똘똘 뭉쳤다.
울산지역에서 처음으로 동네 슈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나눔슈퍼마켓을 연다.
2년 전, 이맘 때 울산시 동구 방어동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기습 입점하면서 인근 동네 슈퍼 상인들의 지루한 싸움은 시작됐다.
이미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는 상태에서 SSM까지 들어서는 것은 상인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실력행사와 천막농성으로 500여 일을 투쟁, 그리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상인들은 점포 철수까지는 아니지만 홈플러스 측과 영업시간 준수 등 상생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매출은 이미 반토막이 난 상태.
대형 유통업체와의 1년이 넘는 싸움 끝에 상인들은 마트의 대형화 만이 경쟁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뜻을 같이한 정종삼 씨 등 상인 6명은 조합원 자격으로 자금을 출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렇게 지역 최초로 '울산나눔슈퍼마켓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됐다.
오는 5일에는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 나눔마켓 1호점을 연다.
100평(30.3㎡) 안팎의 점포를 갖고 있는 상인들이 힘을 합쳐, 300평(90.9㎡) 규모의 점포을 열게 된 것.
울산나눔슈퍼마켓협동조합 정종삼 이사장은 1호점을, 동구가 아닌 울주군에 열게 된 것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한 방어동 등 동구지역에 보란듯이 1호점을 열고 싶어서 목을 샅샅이 뒤졌죠. SSM과 맞짱 한 번 뜨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우리 점포가 입점할 경우, 다른 영세 상인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동구는 접어야 했어요."
나눔마켓 1호점이 위치한 곳은 대형마트와 SSM의 공세로 동네 슈퍼들이 하나, 둘 떠난 곳이라 그 의미가 크다.
조합은 운영 수익금을 3년간 배분하지 않고 적립해 나눔마켓 2호점과 3호점을 잇따라 출점한 뒤, 최종 목표인 상인들을 위한 물류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를 통해 영세 상인들에게 저렴하게 물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대형 유통업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나눔마켓은 공동체활성화사업 지원과 학교 장학금 지원,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의 방식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환원화기로 했다.
정 이사장은 처음은 더디겠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슈퍼마켓 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알려지면 날개를 달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전체 순 이익금의 0.1%도 안되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그 만큼 인색해요. 반면, 나눔마켓은 매월 수익의 5%를 지역 사회에 환원해요. 아예 조합 정관으로 정했죠."
정 이사장은 수익금을 3년간 배분하지 않는 등 조합원들에게 당장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많은 고객들을 끌어 들이고자 질 좋고 저렴한 신선식품을 내놓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은 물론 지역 도매업체들에도 협동조합의 취지를 부지런히 알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게서 잃었던 골목상권을 되찾기 위한 동네 슈퍼 상인들의 반격이 '나눔슈퍼마켓협동조합'으로 다시 시작됐다.
동네 슈퍼들이 뭉쳐 어떤 슈퍼 파워를 낼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