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순투성이'인 건강보험 부과체계는 그대로 둔 채 각종 보장성만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고소득자를 비롯한 '무임승차자'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런 혜택에 따르는 재정 부담도 결국은 서민층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3일 내놓은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을 보면 4대 중증 질환과 노인 임플란트, 임산부와 고도비만 환자 지원 등에 오는 2018년까지 7조 4천억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신규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원은 매년 3500억원 꼴이어서, 별다른 재정 부담은 없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이미 새해부터 건보료를 1.35% 올린 데다, 이번 보장성 강화에도 2천억원을 미리 반영해놨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규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원은 약 1조 4천억 원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계된다"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소요되는 재원은 국민들에게 큰 부담없이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혜택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방향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혜택인가, 또 2018년 이후의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점이다.
당장 건보료 개편 중단 과정에서 드러난 고소득 자산가 27만명은 추가 부담 없이도, 또 '무임승차자'로 불리는 고소득 피부양자 19만 명은 심지어 한 푼도 내지 않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들 1% 계층의 혜택에 따르는 금전적 부담은 정부 설명과 달리, 장기적으로 99% 서민층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건보 재정이 지금은 12조 넘는 흑자 상태라지만 4대 중증 질환 등 보장성 확대로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게 되고, 2030년엔 30조, 2060년엔 132조원의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갈수록 노령화가 심각해지는 추세인 걸 감안하면, 건보 수입과 지출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 운영위원장은 "보장성 확대를 위해선 결국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부과체계의 형평성이 깨져있고 개편안이 백지화되고 하다 보면, 건보 제도와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져 동의하기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보장성 확대를 위해선 부과체계 개편이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지만, 복지부는 이날도 "올해 안에 개편 논의는 없다"고 두 번이나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