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2015 호주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였을 뿐만 아니라 센스가 넘치는 축구 팬들에게는 패러디 경연장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게 한다며 '늪 축구'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한술 더 떠 '티키타카'를 패러디 한 '머드타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는 '실학축구'로 불렸고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호를 붙여 '다산 슈틸리케 선생'이라는 별명까지 나왔다. 존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갓틸리케'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대표팀에 대한 반응을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잘 알려진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을 뜨겁게 달군 패러디 열풍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질문을 받자 먼저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60살이 넘었다"며 "나에게 많은 별명을 붙여주는 것이 과도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고 답했다.
팬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듯 보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주인공이 되기를 거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엇보다 내가 자꾸 주목받다보면 오히려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다. 항상 선수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우리가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선수들이 먼저 주목을 받은 뒤 나중에 '이 팀의 감독은 누구냐'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겸손하다. 자신을 낮추고 싶어한다.
아시안컵 대회 기간에 선수들의 열정을 이끌어낸 자신만의 기술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나는 이 자리는 물론이고 어떤 자리에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대표 자격으로 나서는 것이지 내가 절대로 모든 결정을 혼자 하지는 않는다. 모두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해서 나온 결과"라고 답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었다. 자기 표현에 서툰 선수들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