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왼쪽)와 박지원 의원(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13일 2·8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 했다. 원탁회의 참여 제안 등 당내 화합을 위한 회동이었지만 박 의원은 대북송금 특검과 여론조사 규칙 논란 등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아직 앙금이 남아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회동을 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불과 3.52%p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지 닷새 만이다. 이날 회동은 통합 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문 대표 측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30여분 간의 회동에서 전날 구상을 밝힌 원탁회의 참여를 제안하는 등 통합과 혁신을 위한 행보에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당직 인선 등에 박 의원의 의견을 반영, 호남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당의 단합을 위해 도와주시고 원탁회의에 함께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박 의원도 함께 돕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약간의 조언을 주셨는데 경선 과정에서 쟁점이 된 대북송금 특검 부분을 제대로 사과하고 여론조사 룰 부분도 해명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탕평 인사'와 관련해서도 "이번 인사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전화로 말씀을 드렸는데 구체적으로 의논을 드린 것은 아니니까 그런 것도 사전에 의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짧게 설명한 뒤 먼저 자리를 떴다.
잠시 뒤 따로 나타난 박 의원은 둘이 나눈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세세히 전하며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우선 문 대표가 이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과연 국회의 역할이 있을까 굉장히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대표가 잘해주실 것으로 믿고 잘하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북송금 특검과 여론조사 룰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문 대표의 성공이나 대권가도를 위해서 한번 사과나 해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날 임명된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호남이 배제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보였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호남을 적극 배려하겠다고 하고는 만나기도 전에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에게) 내가 특정인을 반대하거나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가 호남 배려나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면 최소한 상의를 했어야 옳은 것이고 그런 약속이 지켜져야만 신뢰관례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우리당의 집권을 위해 국회의원과 평당원으로 '제 몫을 다해서 협력하겠다', '잘해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고 문 대표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길을 막는 것 같아서 참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이에 전당대회 때는 서로 경쟁하지만 결과에 승복하면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